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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에 춤추는 유가...정유주 투자는 ‘엇박자 주의’


입력 2020.11.05 05:00 수정 2020.11.05 09:41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유가 이틀 연속 2%대↑ 2차전지 테마로 7% 뛴 SK이노 다시 ‘잠잠’

“트럼프 적정 수준 유가 유지할 것...업황 회복은 코로나19에 달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 잭 모습.ⓒAP/뉴시스

미국 대선 등으로 국제유가가 들썩이면서 유가 움직임과 상관관계가 높은 정유주 투자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급락세를 보인 데 이어 큰 폭 반등하는 등 국제 변수에 등락을 반복하며 요동쳤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글로벌 이벤트가 잇따르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투자에는 유의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이노베이션은 전장 대비 500원(0.38%) 오른 1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쓰오일은 0.70% 내린 5만6400원, GS는 1.31% 하락한 3만3800원으로 마감했다. 앞서 3일 GS(3.32%)와 에쓰오일(3.27%), SK이노베이션(7.35%)은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정유보다는 2차전지 사업이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앞서 시장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당선에 베팅했고 2차전지는 ‘바이든 테마주’로 분류돼왔다. 4일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하자 분위기가 전환됐다.


정유주 전반적으로는 국제유가 상승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3%(0.85달러) 오른 37.6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2.9% 상승한 데 이어 이틀 연속 2%대의 오름세였다. 이날 ‘대선 랠리’를 펼친 뉴욕 증시가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에 내년 1월 원유 증산 계획의 연기를 압박하고 있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앞서 국제유가는 지난주 약 10% 급락하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반면, 미국에서 원유 채굴 장비 수가 늘어나며 공급 증가 전망이 제기된 탓이다. 여기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선거 결과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그러나 이후 유가는 연이틀 급등했고 3일에는 장 초반 배럴당 2달러 이상 떨어지는 등 변동성이 극심했다.


시장에선 바이든 후보 당선과 함께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자리까지 차지할 경우, 초대형 경기부양 정책이 이뤄져 유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책 측면에선 대이란 제재 완화 가능성과 함께 재생에너지 활용이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원유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의견이 잇따랐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비우호적인 정유 업황이 조성되면서 유가 하방압력이 높아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당선 된다면 유가는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미국 내수 소비를 진작시켜 미국 에너지기업들도 회복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유가를 유지하도록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바이든은 기존 화석연료의 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회복하더라도 원유 수요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릴 전망이고, 베네수엘라 등의 완화된 중동정책을 통해 중동발 원유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영훈 한화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란 제재 완화 의지가 있는 바이든의 집권만으로도 유가는 강세 전환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물론 고유가를 싫어했던 트럼프 당선이 유가 강세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없지만 강세 전환의 불씨가 커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은 유가 지속 약세에 베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등락에 따라 부침이 심한 정유주의 방향성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이슈를 떠나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석유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가 역시 구조적인 수요 우려로 부진해 4분기 정유 업황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정유업종 대장주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석유화학 사업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 3분기에 이어 4분기도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차전지 사업이 정유주 내 차별화 요인이 됐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유 시황 회복은 코로나19 진정 여부에 달려 있지만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단기 시황 부진과 배터리 소송 문제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정유 경쟁업체들과 달리 배터리·분리막이라는 확실한 성장동력을 보유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력 사업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어 해당 부문의 회복이 확인돼야 주가가 의미 있는 반등을 보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매출액의 고성장은 긍정적이지만,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 하는 정유 및 파라자일렌(PX) 부문 회복이 가시화 되어야 배터리·분리막 사업 성장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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