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바이든 당선시 대북정책 무위될까 노심초사
판문점선언·종전선언 '쐐기' 박으려는 움직임도
운전대 놓칠라…한반도 토론 연일 개최 '고심'
전문가, 토론회서 '실질적 진전'엔 회의적 시각
더불어민주당이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프로세스 재가동을 해야 한다며 거듭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정권이 바이든 행정부로 교체될 경우, 그간의 미북 대화 과정이 무위로 돌아가거나 앞으로도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해 초조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동안 미북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원맨쇼' 캐릭터에 의존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차원의 결단을 통한 '톱다운' 방식을 선호한 점도 미북정상회담과 같은 극적 이벤트를 만드는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실무협상 위주의 '바텀업' 방식을 더 선호한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기반으로 한 대북정책을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대북 정책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바이든 행정부가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모든 상황을 긴밀하게 점검하고 여러 대응책을 마련해 놓았다"며, 선거 결과 들어서게 될 미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정부가 남북미 대화를 재개할 요건도 만들어야 한다"며 "정기국회에서 판문점선언 비준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미국에 큰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언급한 김 원내대표는 미국 대선 이후 있을 2021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 질서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미국 새 행정부를 배려하는 듯 얘기했지만, 민주당의 초조함의 발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정권교체로 대북 정책의 방향이 바뀌기 전 여당 차원에서 판문점선언과 종전선언에 '쐐기'를 박으려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정부는 집권 후반기 가시적 성과를 내야할 때지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미국 대선 후에도 상당기간 교착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6일 CBS라디오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부에서는 대북정책이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미국 내각을 구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북정책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그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면서 "실질적 진전은 백악관·의회·전문가 집단의 이른바 '워싱턴 합의'가 중요하다. 미국 전문가 집단이나 이익단체들에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공공외교의 활동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미와 관련해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했던) 톱다운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미국에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며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정하는 구도인데 실무진에 맡겨서는 소용이 없다. 하세월"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미국 대선 이후 대북 정책과 외교 정책을 전망하는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5일 박성준 민주당 의원 주최로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는 어디로' 토론회가 개최된 데 이어 6일에는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미국 새 행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와 한반도 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연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토론회 발제에서 2021년에는 △미국 대선 이후 변화의 유동성 △미중의 전략적 대결의 지속 △북한의 제8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정권 2기 시작 △한국의 대선 국면 진입 등 정치적 상황들이 겹치면서 "한반도 문제는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또 "바이든 당선만으로 2021년 한반도 정세와 북미협상, 한미동맹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바이든 정부의 인사들로 인해 대북 강경책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인권문제 역시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의 선택에 따라 향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큰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한국 정부는 바이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기에 진전이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및 유인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