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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 연말 지나면 답 없다…'개소세 절벽' 공포


입력 2020.11.24 06:00 수정 2020.11.23 15:4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3.5%→5.0% 변동된 올해 1월 완성차 판매 31% '폭락'

'1년에 4번 변동' 주먹구구식 개소세 정책에 소비위축 더 심화

서울 시내의 한 자동차 전시장 모습. ⓒ연합뉴스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감면 일몰 기한이 연말로 다가오면서 자동차 업계가 연초 판매절벽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개소세 감면 폭이 줄거나 정상 세율로 환원되면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패턴이 이어져 온 데다, 올해 정부가 보인 주먹구구식 개소세 정책으로 내년 초 개소세가 오르면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굳게 닫힐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상세율 대비 30% 감면된 3.5%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개소세는 법 개정이나 정부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내년 1월부터 다시 5%로 환원될 예정이다.


개소세율이 3.5%에서 5%로 오르면 가격이 3000만원 내외인 중형 세단이나 준중형 SUV 기준 50만원 정도의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긴다. 고가일수록 인상 폭은 더 커진다.


자동차 가격에 비하면 금액차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시장에 반영되는 영향은 막대하다.


실제, 지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내수 진작 차원에서 개소세를 3.5%로 낮췄다가 올해 1월 5%로 올리자 완성차 판매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15.2%나 급감했다. 연말 특수에다 개소세 인하 막판 수요까지 몰렸던 전월(2018년 12월)과 비교하면 무려 31.2%나 폭락했다.


내년 1월 개소세가 5%로 오를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개소세 정책에 대한 신뢰 자체를 잃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 12월까지 1년 6개월간 3.5%였던 개소세를 올해 1~2월 5%로 환원한 뒤 3월부터 다시 1.5%로 낮춰 버렸다. 코로나19에 따른 긴급 처방이었다고는 하지만 소급 적용 없이 등록일 기준으로 적용하면서 단 하루 차이로 수백만원을 손해 보는 소비자들까지 생겨났다.


3~6월 1.5%였던 개소세는 7월부터 3.5%로 올랐고, 정부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내년 1월에는 다시 5%로 바뀐다. 불과 1년 사이에 무려 네 번의 개소세율 변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 일관성이나 형평성은 전혀 고려치 않고 닥치는 대로 개소세율을 올리고 내린다는 ‘학습효과’가 생겨났으니 시장 혼란도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올해 1~2월 5%의 개소세를 내고 차를 샀다가 (3월 이후 구매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손해를 본 소비자들의 전례가 있는데, 내년 1월 다시 5% 개소세를 적용한다면 누가 차를 사겠느냐”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해외 시장이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나마 받쳐주던 내수 시장까지 무너질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업계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개소세율 감면폭을 더 확대하거나 아예 취지에 맞게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지난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소세 70% 인하(세율 1.5%) 관련 법률 개정안을 조속 통과시켜 줄 것을 건의했다.


당시 정만기 KAMA 회장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가동이 정상화되고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 업체들의 위기가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본격 해소되는 때까지는 개별소비세 70%인하에 따른 내수촉진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개소세 폐지나 차등면제 방안을 담은 법안도 잇달아 발의됐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은 지난 19일 승용차에 부과하는 개소세를 폐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소세는 과거 자동차가 고가의 사치재로 여겨졌던 시절에 무분별한 소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만큼, 자동차가 대중화된 현 상황에서 개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윤 의원은 “개소세는 사치성 물품의 소비 억제와 부가가치세의 단일 세율에서 오는 조세 부담의 역전성을 보완하고자 도입됐다”면서 “자동차는 이제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그동안 정부의 주먹구구식 개소세 인하가 세수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렸고, 올해 3월 이전에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들만 감면 효과를 얻지 못해 조세평등주의에 어긋난다는 점도 지적했다. 부가가치세와 함께 개소세가 부과되는 ‘이중과세’ 문제도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과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중·저가 차량에 한해 개소세를 면제해주자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양 의원은 3000만원 미만 차량을,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배기량 1600cc 미만 차량을 면제 대상으로 한정했다.


이 의원 개정안의 경우 배기량 1000cc 이상의 차량에 5%의 단일과세를 적용토록 한 한미FTA 협정에 위배돼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걸림돌이 있다.


정부와 여당이 막대한 세수를 포기하고 개소세 폐지나 차등면제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매년 징수되는 자동차 개소세는 1조~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이상 자동차를 사치재로 여기는 이들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서민들에게도 필수재가 된 자동차에 개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상적인 과세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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