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환경회의 정책제안…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업계 "투자 위축, 고용 부담 등 산업 생태계 악영향 우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경유 가격을 인상하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것을 권고하면서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권고안은 국내 산업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급진적인 정책이 대부분으로, 현실화될 경우 산업 경쟁력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비용 부담 증가로 관련 업계가 줄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안은 500여 명으로 구성된 국민정책참여단이 국민이 동의하는 내용을 뽑아 정책 제안으로 구성했다.
이번 권고안에는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휘발유 가격 대비 88% 수준인 경유 가격을 95~100%까지 올리는 방안이 담겼다. 이르면 2035년부터 늦어도 2040년까지 가솔린차,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의 국내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내연기관차의 수출은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자동차업계는 이 같은 제안이 추진될 경우 그간 내연기관 관련 기술로 성장해온 국내 자동차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현재까지 한국 자동차산업을 지탱해온 내연기관차를 통해 투자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정책만 강조할 경우, 투자 위축은 물론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돼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에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말하는 2035~2040년이라는 시기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충전 인프라 설치 계획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2035년부터 국민들이 친환경차만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거주지에서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지만 현재 신축 아파트의 경우 충전 설비 비중이 3%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전기차 보조금, 충전요금 할인도 사라지게되면 결국 친환경차 유지비 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충전인프라 설비 미비, 친환경차 유지비 부담 증가, 차량가액 증가 등으로 국민들의 혼란과 불편만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아울러 이 같은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진단은 내연기관차에 대한 기술 발전도 원천 차단하게 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에 대한 장단점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흑백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내연기관차 퇴출은 국민적 합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경유가격 인상 역시 정유산업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휘발유의 88% 수준인 경유 가격을 3~5년 내 95% 또는 100%로 상향할 것을 권고한다. 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키는 경유차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경유세 인상만으로는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은 경유세를 올리더라도 미세먼지 저감률이 0.2%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더욱이 경유차 제한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영세사업자들로, 생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업용 화물자동차 운송업자의 경우 유류세 인상분에 대한 유가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유류세 인상은 영세 사업자들에 대한 비용 부담만 늘려 생존권을 뒤흔들 것이라는 진단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미세먼지 발생 등의 요인은 경유차 뿐 아니라 중국 영향, 석탄발전 등으로 다양한데 경유세로만 접근하는 것은 편향적"이라면서 "정유산업에 대한 발전 전략도 함께 제시해야 가뜩이나 힘든 정유사들이 생존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