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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버는 말 바꿔 종결, 공수처는 입맛대로…이어지는 거여 독주


입력 2020.12.14 06:00 수정 2020.12.13 23:42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野 의견 개진 존중하겠다던 민주당, 돌연 종결 강행

'대공수사권 이관' 국정원법 개정안, 범여 단독 처리

'김여정 하명법' 대북전단살포금지법도 동일 수순 예상

공수처, 말뿐이었던 협상?…주호영, 막후 협상 과정 폭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 표결 절차가 이루어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거대 의석수를 앞세운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독주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단독 강행 처리한 것이다. 당초 야당의 의견 개진을 존중하겠다며 시간 보장을 약속한 필리버스터도 갑작스레 코로나19 방역 핑계를 대며 조기에 종결시켰다.


국회는 13일 오후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 176명이 토론 종결을 요청한 것에 따라 표결을 진행했고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인 180표의 찬성표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무력화했다. 곧이어 민주당은 현재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상정시켜 이 역시 통과시켰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던 국민의힘은 종결 여부를 정하는 표결이 시작되자 본회의장을 빠져나갔고, 민주당과 범여권 의원들만 남아 단독으로 표결을 강행했다.


문제는 거대 여당의 이 같은 모습이 이번 국회 들어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과반 의석에 미치지 못했던 민주당이 범여권 군소정당들과 '4+1 협의체'라는 전례없는 기구를 만들어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당시에 우려됐던 모습이, 174석을 차지한 21대 국회 들어 노골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당분간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직후 이른바 '김여정 하명법'이라 불리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했다. '김여정 하명법'은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한을 향해 국내 탈북단체 등이 살포한 대북전단을 맹비난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자 정부여당이 서둘러 입법을 진행했다는 뜻으로 야권이 명명한 이름이다.


그간 군이 시행해 오던 대북심리전을 약화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야당이 적극 반발한 바 있지만 이 역시 범여권의 단독 표결로 처리될 것이 자명하다. 국민의힘이 해당 법안에 대해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고 주영 북한공사 출신의 태영호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서며 지연에 나섰지만, 민주당이 곧바로 24시간 뒤 종결 투표 시행이 가능한 '토론 종결 요청'을 단행하며 14일 밤 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원법 개정안 통과 직후 취재진과 만나 "여당이 의석의 힘으로 야당의 입까지 틀어막는 아주 난폭한 일을 했다"며 "국회라는 데가 무엇인가, 국민을 대변해 끊임없이 말하고 토론하는 곳인데 여러가지 불리한 상황이 나오니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 국민들이 잘 지켜보시고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 또한 "중단할 것은 필리버스터가 아니라 '국민사찰법(국정원법 개정안)'과 '김여정 하명법'이다"며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국민 개개인의 사적인 정보를 언제든지 마음대로 들여다보며 상시 사찰하고 감시하겠다는 '국민사찰법'을 즉각 중단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을 능멸하고 외교장관을 겁박한 김여정의 하명이 우리의 국가안보보다 우선이 아니라면 대북전단살포금지법도 함께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처음부터 초대 공수처장 후보 김진욱·전현정 점찍고 협상
與 추천 후보 수용 의사 밝혔지만 모법 개정해 野 비토권 무력화"
민주당 "거짓 주장…합의 바라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회동 임했다"
巨與 제어수단 없는 국민의힘, 대국민 여론전 지속…"국민 분노는 중단 못 시킬 것"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종결 표결 절차에 들어가자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또한 개정안의 앞선 강행 처리로 출범을 눈앞에 둔 공수처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이 여야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초대 공수처장을 선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본래 원하는 인물만 공수처장을 시키려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민주당이 애초부터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및 전현정 변호사를 초대 공수처장 후보군으로로 염두에 두고, 형식상의 협상만 이어가다 야당이 두 인사에 비토권을 행사하자 모법을 개정해 야당의 비토권 자체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공개로 이뤄졌던 막후 협상의 내용을 공개하며 "우린 문재인 정권에서 중용됐던 차관급 법조인 두 사람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법관 출신 후보를 몇 명 제안했고, 우리도 '이 정도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법관 출신 여러 명을 제안했으며 공수처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 직전까지 박 의장 주재로 협상이 계속됐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로 주 원내대표는 "비공개가 원칙이고, 후보로 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에 공개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지만 집권여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을 내려 꽂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만큼 이제는 내용 일부를 공개해야겠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미 야당 몫의 추천위원들이 김 연구관과 전 변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비토권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인사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자 처음부터 이들 인사들을 점찍어 놓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공수처후보추천위에서 추천되고 투표에 붙여졌던 김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은 이미 야당에 대해 비토된 후보임을 명확히 한다. 공수처장 후보군 원점에서 다시 추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와 여당이 처음부터 낙점했던 인물을 그대로 공수처에 임명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무효"라고 거듭 강조했다.


단, 민주당은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주 원내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주 원내대표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여야 간 합의로 이뤄지길 기대하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 임했다"고 반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편 민주당의 입법 독주 및 공수처 출범 드라이브를 합법적으로 저지할 방도가 마땅치 않은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대국민 여론전'에 방점을 두고 지속적인 투쟁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주 원내대표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 필리버스터마저 숫자의 힘으로 강제 '스톱' 시키는데 대응방법이 있나"라며 "우리는 항의할 뿐이고, 필리버스터를 하는 과정에서 정권의 문제점을 더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어서 정쟁을 하지 말자고 하는데 필리버스터는 정쟁이 아닐뿐만 아니라 정쟁이라면 자신들은 발언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필리버스터는 중단시킬 수 있어도 국민의 분노는 중단시킬 수 없을 것이다. 국가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 폭거를 막으려는 국민과 야당의 항거가 '무제한 국력 낭비'라는 말인가"라며 "'무제한 토론'은 '제한'할 수 있어도 국민의 저항권을 제한할 수는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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