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에 ‘언어의 마술사’…애매한 표현으로 위장
“파도치면 바다의 실패냐” 등 비난 댓글 쏟아져
-“서울 중저가 지역 중심으로 최근 매수심리 진정세가 주춤하는 양상이다.”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1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을 주재하며 모두발언에서 주택 매매시장 동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전세시장에 대해서는 “불안 요인이 여전히 있지만, 올해 4분기 수도권 입주 물량(4만8000가구)은 평년(10년 평균) 수준(4만2000가구) 대비 증가했다”며 “전세 매물이 조금씩 누적되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라기보다 오히려 시장 실패라고 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인 진성준 더불어미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에 대해 “정책 실패라기보다 오히려 시장 실패”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정부는 집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한 번도 편 적이 없고,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을 펴왔다”며 “지금 시중에 흘러 다니는 돈이 너무 많다. 이것은 정책의 잘못이 아니라 시장 상황이 그러해왔다고 하는 점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야당과 부동산 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분들이 늘 하는 이야기가 시장을 이기려고 해서는 안 되고 시장이 수요와 공급 법칙으로 작동하는 거니까 공급을 늘리면 된다는 이야기를 그냥 앵무새처럼 말한다”며 “일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수요와 공급 법칙이 그대로 작동하는 시장은 아니다”라는 발언도 했다.
홍 부총리와 진 의원 등 여권의 발언들을 두고 여론은 싸늘했다. 집값 상승률이 반등하는 불안한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운다는 비난의 화살도 쏟아졌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대체 무슨 말인지, 구글 번역기를 돌려도 모르겠다”, “한국말이 이렇게 어려운 말 이었나”, “죽어도 ‘집값 오른다’는 표현을 못하겠으니 저리 애매한 표현만 한다” 등 ‘진정세가 주춤하다’는 낯선 표현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홍 부총리를 두고 ‘언어의 마술사’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진 의원의 발언과 관련한 기사 댓글에도 “‘시장도 실패한다’는 매우 신박한 이론을 내세웠네. 시장은 뭔 죄?”, “바다한테 파도를 치지 말라고 하는 게 낫겠다. 파도치면 바다의 실패인가”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카메라가 꺼져야 바른 말을 하는 거냐”라는 댓글도 있었다. 앞서 진 의원은 한 방송사에 출연해 프로그램 내내 정부 대책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카메라가 꺼졌는 줄 알고 “(집값) 안 떨어진다”라고 말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민심이 민감한 상황에서 최근 정치인들의 이 같은 발언은 국민을 더욱 자극시키는 일”이라며 “정치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혼란만 부추길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