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각국 경기부양 위한 규제완화·세제 지원으로 기업 '숨통'
한국, '규제 3법'으로 기업 악영향…소송리스크·경영 자율성 위축 우려
재계 "민간 활력 회복 및 미래 산업 육성 위한 규제개혁 절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하늘길을 닫고 공장 문을 폐쇄했다. 산업 전 분야의 부진으로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코로나 쇼크'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4.2%로 전망했다.
한국 역시 팬데믹 여파로 올해 역성장이 확실시된다. 국내외 기관들은 대부분 마이너스 1% 내외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역성장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1980년 석유파동, 1998년 외환위기에 이어 2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게 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팬데믹 상황을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들을 쏟아붓고 있다.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3월 개인 소득지원, 기업 자금·대출지원, 공공·의료서비스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코로나19 경기 부양법을 발효하고 2조2억달러(2500조원) 규모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지원 금액보다 많다.
중국도 지난 5월 양회에서 경기부양과 고용안정에 방점을 둔 8조2500억위안(1404조원) 규모의 슈퍼부양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엔 세제지원·비용감면 등 기업부담을 최대한 경감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독일은 기업 대출지원, 세제혜택 등의 정책을 담은 7570억유로(103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패키지를 승인했으며 프랑스도 소기업 지원펀드 조성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들은 코로나19로 침체된 소비를 진작시킬 뿐 아니라 기업들이 정상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을 시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수 년 전부터 규제개혁을 강조해온 미국은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 출범 초기부터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비효율적 규제를 개혁해 미국 경제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강력한 규제개혁 정책을 추진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규제 1개 신설시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하는 이른바 투포원(two-for-one)룰을 통해 지난 3년간 신설규제 1개당 기존규제 7.6개를 없앴다. 같은 기간 동안 규제비용을 446억달러를 감축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외에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경쟁에서도 미국, 영국 등에서는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이전 비용을 보조하고, 연구·개발(R&D) 관련 세제 지원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영향이다.
반면 한국은 각종 규제와 높은 법인세, 인건비 등의 진입 장벽에 가로막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진출 기업들은 한국에 돌아올 이유를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해외공장을 가진 기업 중 94.4%가 국내 복귀 의향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경제 활성화에 필수적인 법안 입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정부와 여당은 최근 들어서는 외려 기업 활동을 옥죄는 환경 및 안전 관련 규제들만 무더기로 쏟아내 글로벌 시대 흐름에 제대로 역행하고 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이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경우 다중대표소송제가 신설돼 기업들이 투기 자본으로부터 무차별 소송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은 상장회사인 모회사의 지분 0.5%(비상장회사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자회사(모기업이 지분 50% 초과 보유)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이론적으로는 대주주의 위법 행위를 방지하고 소액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하는 수단이지만 자회사의 경영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고 자회사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등 현실적으로 부작용이 훨씬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시선이다.
상장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고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일명 '3%룰'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경제계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자체가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는 데다 최대주주 지분율과 무관하게 의결권을 '3%'로 묶어버림으로써 규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비판한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 '쓰나미'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부와 범여권은 당장 내년 1월 8일 종료되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며, 집단소송법 및 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를 주 내용으로 하는 별도의 상법 개정안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중대재해법이 사고 예방 효과는 미미하고 기업 경영에만 악영향을 미쳐 경제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경우 해당 기업은 소 제기가 알려지는 것만으로 브랜드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으며 주가폭락, 신용경색, 매출저하로 이어져 회복이 불가능한 정도로 경영상 피해를 입게 된다.
재계는 이처럼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 법안들이 줄지어 추진되면서 기업들이 내년 경영활로를 모색하거나 신규투자를 집행하는 데 큰 제약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오히려 규제 대응에 집중하느라 경영활동이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규제 법안 무더기 통과 이후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 논평을 통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같은 기업 규제 중심의 정책과 입법들은 기업 활력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고 미래성장동력을 추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국회를 통과한 법들에 대한 경제계 요구를 조속히 보완 입법으로 반영해 주고, 2021년 정부정책 기조는 기업하기 좋은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적극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경연 역시 정부 경제정책방향보다는 기업규제 법안들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들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악조건 속에서도 투자와 고용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최근 기업규제 3법, 노동관계법 등의 연이은 입법으로 기업환경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밀했다.
이어 “민간 활력 회복 및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정책의 전환과 적극적인 규제개혁에 적극 힘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