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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보지 맙시다"…국민의힘, 사면론 둘러싼 與 '자중지란' 정조준


입력 2021.01.04 11:54 수정 2021.01.04 12:50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이낙연 뜬금 없는 사면론 주장에 되레 민주당이 '자중지란'

지도부서 공개적 반대…강성 당원들은 '이낙연 사퇴 요구'도

야권은 황당…"사면 정략적으로 활용하거나 장난치지 마라"

김종인 "다른 사람 이러쿵저러쿵 할 필요 없어…文이 결단하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를 맞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야심차게 꺼내들었으나 되레 범여권 전체에 분란만 조장하는 자충수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야권은 4일 정작 사면의 최종 결정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과 민주당 지도부의 갈팡지팡 '자중지란'에 집중 공세를 가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국민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들어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이 대표가 외연 확장을 위한 분위기 반전을 위해 꺼낸 회심의 카드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국민통합은 커녕 당 안팎의 극심한 찬반 논쟁을 일으키며 오히려 분열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문 성향의 강성 의원들이 즉각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일부 당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당대표로서 리더십에 상당한 흠집이 났다는 관측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양향자 최고위원이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정치권에서만 이야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조급함을 절박함으로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 대표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같은날 최고위 공개발언에서는 사면론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지만 "사면과 관련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한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며 추가적인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도 상당한 상황이다.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회의 자료를 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권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여당이 새해 벽두에 뜬금 없이 보수진영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더니, 자가당착에 빠져 자신들끼리 왈가왈부 하는 상황에 이른 탓이다. 어차피 사면론을 직접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은 문 대통령인 만큼,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그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늘 강조해 왔지만 사면이라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며 "이낙연 대표가 무슨 의도 아래 연초에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이 대표의 여러가지를 놓고 봤을 적에 사전에 그런 문제들에 대해 교갑이 있었을 것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문제가 그냥 갑자기 터져나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면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판단해 사면을 해야겠다고 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할 성격이 아닌 것"이라고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같은당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새해 초 이낙연 대표가 기회가 되면 전직 대통령 두 분에 대해 사면을 건의하겠다며 '기회가 되면'이라는 단서를 달더니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또 이상한 이야길 했다"며 "사면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든지, 사면을 가지고 장난쳐서는 안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심지어 전쟁에서 항복한 장수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대우는 있다. 정치적 재판에서 두 분 다 억울한 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런 사건에서 사과나 반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하고 이 대표는 한 말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위 직후 "이낙연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의 진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신이 한 말의 말값은 해야 될 것 아닌가, 기회를 봐서 건의하겠다고 했는데 그 정도 말했으면 관철해야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대통령이 직접 본인의 생각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게 정도"라며 "선거 목적으로 사면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견해를 밝혔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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