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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할많하당] '디지털' 외치는 증권사…HTS·MTS 개선이 먼저다


입력 2021.01.18 07:00 수정 2021.01.17 19:37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일일 거래대금 급증에 새해 들어 증권사 5곳 MTS 접속 장애 발생

투자자 불편·피해 늘었지만 대응은 제자리걸음…서버·IT 증설 필수

일일 평균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다수 증권사에서 접속 장애·오류가 발생하면서 투자자 불편과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픽사베이

매년 새해가 되면 각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한 해 전략과 방향을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한다. 새해를 맞아 임직원과 고객에게 어떤 사업 분야에 중점적으로 힘을 줄지,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개선할지를 미리 알리기 위함이다. 2021년 증권사 CEO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화두는 '디지털'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속화 된 비대면(언택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자산 및 서비스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이 같은 포부가 무안할 정도로 증권사들의 디지털 시스템은 새해부터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증권거래의 기본이 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접속 장애 및 오류때문이다. 2021년이 새로 시작한지 이제 2주가 조금 지났을 뿐이지만, HTS와 MTS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한 증권사는 벌써 5곳에 달한다.


2021년이 밝자마자 국내 증권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개장일인 1월 4일 하루 만에 70.98포인트(2.47%) 상승한 2994.45까지 오르면서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2900선을 돌파했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이끈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개인들은 4일 하루 동안에만 1조310억원 규모로 코스피를 순매수했다. 이날 하루 증시에서 오고간 거래대금은 총 41조89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새해 첫 날 나타난 급등장에 웃을 수 없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4일 개장 직후인 오전 10시께부터 10여 분간 온라인 시스템 접속이 지연된 KB증권의 '마블(M-able)'을 사용하는 투자자들이 특히 그랬다. 아울러 개장 직후 40분가량 주식 잔고 조회, 주문 및 이체가 일부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한 NH투자증권의 '나무(NAMUH)'를 사용하는 고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후에도 코스피의 상승세는 지속됐다. 1월 7일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넘긴 3031.68로 마감한 코스피는 11일 장중 한때에는 3201.11까지 올라 32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거래금액도 폭주했다. 11일 하루에 증시에서 거래된 금액은 64조2331억원까지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재차 갈아치웠다. 증시 대기 자금을 의미하는 투자자예탁금 규모도 11일에 72조3212억원으로 사상 처음 70조원을 돌파했다.


거래량이 급증하자 신한금융투자 MTS인 '신한알파'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바이오 등 간편인증 로그인을 하는 과정에서 1시간가량 접속이 지연됐다. 키움증권에서는 다른 금융사에서 계좌를 이체하는 과정이 지연되는 오류가 나타났다. 대신증권에서는 주식 매도와 매수 거래가 끊기는 오류가 발생해 일부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유입된 동학개미들의 투자자금은 올해 크게 늘어났다.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하루 평균 48조5266억원 규모의 금액이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평균 거래대금인 12조8936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76.3%(35조633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대응은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어려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공모주 청약 광풍 당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서 MTS 접속 오류가 발생했을 당시에나 거래량이 몰려 트레이딩 시스템 장애가 발생한 지금에도 증권사들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대응했다. 이어 서버를 증설하고 트래픽을 확보하겠다는 대답을 되풀이해서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국내 10개 증권사에서만 52건의 시스템 장애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접수된 투자자 민원은 1만2708건에 달했다. 투자자가 급증으로 인한 서버 개선이나 IT 시스템 역량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증권사들의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상상을 초월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 증권사들이 일일이 대응하기에 어려운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핵심 기반은 그들을 믿고 주식과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이다. 주식 투자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 같은 트레이딩 시스템 오류로 특정 증권사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없으면 증권사도 존재할 수 없다. 이에 모든 증권업계가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개선된 트레이딩 시스템을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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