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종합운용사 PEF 투자액 3.2조원…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
라임사태에 헤지펀드 시장 위축 및 M&A 시장 성장으로 PEF 투자 확대
종합자산운용사들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투자를 늘리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헤지펀드 시장이 위축된 데다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자 투자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에도 다수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있는 만큼 자산운용사들의 PEF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종합자산운용사들이 투자한 PEF 순자산총액은 3조1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조2876억원 대비 37.7%(8646억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2조7000억~8000억원 수준을 맴돌던 PEF 순자산은 급증한 M&A 규모로 12월에서야 지난 2016년 10월 3조6531억원 이후 5년 2개월 만에 3조원을 재돌파하는데 성공했다.
PEF는 사모펀드 가운데 한 종류다. 사모펀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49인 이하의 특정 소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다. 이렇게 모인 자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헤지펀드'라고 부른다. 지난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켰던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이 헤지펀드 운용사다. PEF는 기업 경영 직접 참여나 경영·재무에 관한 자문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영참여형 펀드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PEF를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경영참여형 전문사모집합투자지구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국내에 대표적인 PEF 전문운용사로는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 MBK파트너스 등이 있다. 이들은 재무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의 투자를 진행한다.
전문운용사 뿐만 아니라 종합자산운용사들이 PEF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불거진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헤지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국내·외 사모펀드 설정액은 439억3150억원으로 2019년 말의 412억4090억원 대비 6.5% 증가했다. 2018년 대비 2019년의 사모펀드 증가율이 23.7%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꺾인 셈이다.
반면, PEF는 지난해 호황을 누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기업 M&A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PEF가 다수의 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거래 금액은 47조571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의 41조3798억원보다 15.0% 증가한 금액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PEF 운용사가 주체로 나서 성사된 거래금액은 25조4835억원으로 전체 53.5%를 차지했다.
이에 종합자산운용사들은 PEF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1일 최근 PEF2부문을 신설하고 유상현 전무를 부문장으로 선임했다. 지난 2004년 PEF업에 뛰어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글로벌 1위 골프용품사인 아쿠시네트에 투자해 2016년에 이를 되팔면서 약 100%의 매각 차익을 거두는 등 성과를 거둔 바 있다. KB자산운용도 지난 3년간 대체투자 부문 수탁액을 8조원에서 16조원까지 2배 늘리면서 올해 규제가 풀리면 경영참여형 PEF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계획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종합자산운용사들은 각자 내부에 PEF 부서를 갖추고 있는데 웬만한 M&A딜을 대부분 PEF가 가져가는 만큼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사업을 키우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헤지펀드 시장이 쪼그라든 최근 시점에서 더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도가 개편되면 종합자산운용사들의 PEF 시장 진출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경영참여형과 전문투자형로 분리돼있는 규제를 하나로 합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자금 조달 창구에 따라 체계를 기관과 개인으로 나누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헤지펀드와 PEF의 동시 운용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PEF 시장은 지난 15년간 제도 도입 취지에 상응하는 방향으로 성장하면서 시장규모 등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운용의 질 측면에서도 발전 궤도에 올랐다"며 "사모펀드 운용규제 일원화와 완화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PEF 시장의 도약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