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택배에 비해 배송기간 짧고 판매자 유치에 도움
쿠팡, 최근 택배업 재진출…외부물량 배송 등 사업 확대 촉각
유통업계가 풀필먼트 서비스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일반 택배의 오후 9시 야간배송 금지가 추진되면서 배송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별화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택배업계 노사는 지난 21일 택배 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택배 기사의 작업시간을 주 최대 60시간, 일 최대 12시간을 목표로 하고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오후 9시 이후 심야 배송이 제한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주문이 급증한 이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업계는 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로 택배비 인상은 물론 택배 기사 근로시간 감축 여파로 배송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배송 서비스는 핵심 경쟁력으로 통한다. 온라인 판매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단독 상품에 대한 가치가 하락한 만큼 경쟁사 보다 좀 더 빠르고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배송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계에서는 당일배송을 넘어 새벽배송 등으로 배송 서비스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업계는 풀필먼트(Fullfillment) 서비스에 다시금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전에도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이번 과로사 대책 이후 업체별로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지난 2006년 미국 아마존을 시작으로 본격화됐고 국내에서는 2014년 쿠팡이 물류 인프라 투자를 시작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CJ대한통운, 한진 등 물류업체들도 가세하면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상품 보관부터 포장 및 배송, 재고관리 등 전 과정이 자동화돼 효율성이 높다. 또 물류센터에 물건을 입고해 뒀다가 주문 시 물류센터에서 바로 배송하기 때문에 택배 기사가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받아 구매자에게 배송하는 일반 택배에 비해 배송기간도 짧다.
이미 네이버는 작년부터 CJ대한통운과 지분교환 등을 통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올 7월 합병을 통해 물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외 이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 도입을 통해 배송기간 단축과 소규모 판매자 유치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상품 배송과 재고관리 등을 풀필먼트 서비스 업체가 전담해주면, 판매자는 상품 기획과 소싱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서 “얼마나 많은 판매자를 보유하고 있는 지가 방문자 수나 거래액 확대로 직결되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나서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택배 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는 지난 14일 국토교통부로부터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획득했다.
지난 2018년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했다가 2019년 8월 자진 반납한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택배업에 진출한 셈이다. 당시 쿠팡은 급증하는 자사 ‘로켓배송’ 물량으로 인해 외부 물량을 처리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반납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물류센터를 늘리고 택배 기사를 충원한 만큼 이제는 자사 물량 외에 외부 물량 처리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쿠팡은 작년 한 해 동안 1만2484명의 물류센터 인력을 추가 고용했으며, 작년 말 기준 2만8451명이 물류센터에 근무하고 있다. 물류업체의 경우 대부분 대리점을 통해 택배 기사를 간접고용하고 있지만 쿠팡은 100% 직고용 하고 있다.
또 자동 포장 시스템과 자동 분류기 도입, 컨베이어 벨트 증설 및 AI를 활용한 작업 동선 최적화 등을 통해 근무 강도는 낮추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를 지속해왔다. 작년에만 5000억원이 이 분야에 투자됐다.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후 나스닥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투자금을 물류 인프라에 투자해 본격적인 물류 사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면서 “쿠팡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아마존의 경우에도 현재 풀필먼트 서비스는 물론 택배 사업에도 진출해 글로벌 물류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