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정치적 중립' 논란에 文 '사법 독립' 관련 발언 회자
文,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서 사법 농단 거론…金 맞장구
'윤석열 징계' 판결 앞두고도 만나 "권력개혁 힘 모아달라"
"사법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야말로 법률가로서 평생을 꿈꿔온 것이다." (2017년 9월 25일 문재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주목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훼손한 데에는 문 대통령의 일부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문 대통령은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22일 오후 건강 악화로 사표를 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불러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면 내가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대법원장이)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 발언이 알려지자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가 곧바로 면담 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김 대법원장의 해명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야권은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권력에 '충성'했다며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8일 김 대법원장을 향해 "법복을 벗고 정치를 하라"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권력의 '압력'으로부터 시작됐다는 비판이다.
그간 야권은 김 대법원장의 논란이 일기 전부터 문 대통령이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김 대법원장이 2019년 5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진보 성향의 '우국민(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으로 기용했을 때 "급기야 문재인 정부에 이어 문재인 사법부 소리가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비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2018년 9월 '사법부 70주년 기념식' 발언도 문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정부 시절 사법 농단, 재판 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잘못이 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협조를 하겠다"고 맞장구쳤다.
이에 대해 윤영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권 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제왕적 권력' 발언"이라며 "대통령이 사법부 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3권 분립의 한 축인 대법원장이 이를 받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법부에 '촛불정신'을 받들라는 것은 결국 특정 성향의 판결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실제 대통령이 사법부 내부 문제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례적이다. 10년 전 같은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없는 사법부는 한 순간도 존립할 수 없다.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만 사법부는 그 사명을 다할 수 있다" 등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해 12월 22일 코로나 극복 방안이 논의된 간담회에 김 대법원장을 초청했다. 이 간담회는 논의 사안과 거리가 먼 인사들을 초청한 것,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문이 진행된 날에 열렸다는 점에서 도마에 올랐다. 간담회 하루 뒤인 23일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 대법원장 등에게 "권력기관 개혁 문제로 여러가지 갈등들이 많다"며 "그 점에 대해서도 헌법기관장님들께서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