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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택배 갈등③] ‘가격 인상’만이 해법?…“정부 역할이 더 중요”


입력 2021.02.24 07:00 수정 2021.02.22 16:42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운임 30%에 해당하는 백마진 없애면 연간 2.3조원 규모 인상 효과

물류센터, 자동화설비 등 정부 간접 지원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차장에 롯데택배 차량이 주차돼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택배 운임 인상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택배산업 내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개선과 인프라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7일 진행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2차 사회적 합의기구에서는 백마진 개선 등 거래구조 개선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택배 물량은 연간 33억개로 수준으로 급증했지만, 이에 따른 수주 경쟁도 심화되면서 대형 화주들을 상대로 일종의 백마진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평균 2500원 수준인 택배운임 중 30%에 해당하는 700~800원이 대형 온라인몰 등 화주 몫으로 나간다.


나머지 1700~1800원 중 소비자에게 택배를 배송하는 택배기사와 화주로부터 물건을 받아오는 집하기사가 60~65%를 가져가고, 35~40%를 택배사와 대리점 등이 떼 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백마진 관행만 개선돼도 소비자가 부담하는 택배운임의 큰 인상 없이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700~800원에 해당하는 백마진 만큼 운임을 인상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기준 택배 물량이 33억개인 점을 감안하면 700~800원의 백마진 만으로도 연간 2조3100억원에서 2조6400억원의 비용을 택배 분류 인력이나 기사들의 인건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년 넘게 지속돼온 백마진 관행을 한 번에 뒤바꾸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백마진 금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정해 시행할 경우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반발은 물론 택배사 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다른 형태의 비용 지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마진을 그대로 두고 인상분을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것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택배사가 분류 인력 인건비를 포함해 모든 짐을 부담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국내 주요 물류업체들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3.0%다. 물량은 급증하지만 경쟁 심화로 택배 운임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백마진 등 거래구조 개선과 더불어 택배 운임 인상을 동시에 추진해 화주들과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 입법이나 소비자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택배 거래구조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통해 상반기 내 택배 거래가격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합의문 발표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자동화설비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강도를 낮추고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자동화설비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규모가 열악한 택배사의 경우 이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우선 투자해 자동화 물류센터 등을 마련하고 일정 비용을 내고 택배사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투자를 위한 민간 컨소시엄에 정부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업체별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들여 개별 자동화 물류센터를 마련하는 것에 비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교통이 편리한 주요 부지를 함께 활용함으로써 택배 운임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노사, 대리점 등 구성원들 모두 택배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화주나 소비자 반발이 거세다 보니 택배사 입장에서는 비용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서 “국토부가 진행할 실태조사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운임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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