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 현대모비스, '코란도' 의미 되새기는 응원 문구 내걸어
쌍용차 사라지면 자동차산업 생태계 타격…경쟁 완성차 '순망치한'
'KORean cAN DO! Ssangyong can do!'
최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내걸린 현수막의 문구다. 대한민국 최장수 모델명으로 1983년 탄생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쌍용차 '코란도(Korando)'의 어원을 되새겨 쌍용차의 재도약을 응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재치 있고 배려심 넘치는 문구를 내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쌍용차의 경쟁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속한 현대차그룹의 부품업체 현대모비스다.
또 다른 현대차그룹 산하 부품업체 현대트랜시스 역시 평택공장에 '힘내세요! 쌍용차 직원 여러분! 쌍용차를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는 쌍용차에 각각 헤드램프와 변속기를 납품하는 협력사다. 하지만 완성차가 주력인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보면 경쟁 완성차 업체인 쌍용차의 재도약을 '대놓고' 응원하는 게 다소 어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공개적인 장소에 '쌍용차는 해낼 수 있다'는 문구를 내건 것은 쌍용차를 함께 생존하고 성장해 나가야 할 동업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동업자 정신은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각기 자사에만 부품을 공급하는 '전속 협력사'가 딸려 있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협력사는 복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공유한다. 그 비중은 2차, 3차 협력사로 단계를 넓힐수록 더 커진다.
5개 완성차 업체들이 공동으로 수많은 부품 협력사들을 먹여 살리는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완성차 한 곳이 무너진다면 이 생태계도 흔들린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협력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심지어 실적 악화로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나머지 4개 완성차 업체들도 타격을 입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형국이 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가 대놓고 쌍용차의 재도약을 응원해도 현대차그룹의 일원인 현대차와 기아가 서운해(?)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쌍용차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수입차들이 메우거나 현대차·기아의 독과점 체제가 강화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이나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수입차는 여전히 물류 구조상 가격경쟁력이나 사후 서비스 측면에서 완성차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고,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부가가치는 완성차에 비하면 제로에 가깝다.
자동차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만 개의 부품과 소재들이 소요되며, 각 제조단계별 부가가치와 고용효과도 상당하다. 그 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지느냐 해외에서 이뤄지느냐는 천지차이다.
쌍용차 평택공장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 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응원 문구를 내걸었다. 전자 대기업 LG전자를 비롯, 굴지의 철강기업 포스코, 자동차 부품 메이저 만도, 그리고 쌍용차 부품협력사 비대위까지 한 마음으로 쌍용차의 재도약을 응원하고 있다.
쌍용차가 다시 일어서 지난 수십 년간 해왔던 것처럼 대한민국 자동차 생태계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일원의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