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3.9% 인상…"예외적 증가율"
내년부터 국방비 증가율 반영해 산정
"트럼프 요구 사실상 관철됐다"는 지적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46일 만에 타결된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외교부가 주요 합의사항을 공개했다.
1년 넘게 표류하던 협상이 빠르게 매듭지어져 동맹 불확실성은 사라졌지만, 지난 협정과 비교해 한국 측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후한 평가를 받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10일 외교부는 최근 타결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결과와 관련해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6년간 유효한 다년도 협정"이라며 "2021년도 총액은 2020년 대비 13.9% 증가된 1조 1833억원"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올해 분담금이 13.9% 인상된 것은 지난해 국방비 증가율(7.4%)과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6.5%)을 더한 것이라며 "13.9%라는 수치는 제도 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액분을 감안한 예외적인 증가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분담금은 2019년과 같은 수준(1조 389억원)으로 '동결'됐으며, 내년부터는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따라 방위비 인상액이 결정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022년 증가율은 올해 국방비 증가율인 5.4%(1조 2472억원)"라며 "2025년까지의 증가율은 국회 심의를 통해 확정되는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비 증가율을 반영하게 된 것과 관련해 "우리의 국방능력과 재정수준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고. 국방비는 국회 심의로 확정되기 때문에 항상 명확하고 신뢰 가능한 합리적 기준"이라고 자평했다.
외교부 역시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미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번영의 핵심축(linchpin)으로서 굳건한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필요성을 재확인했다"며 "한미 양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주요 동맹 현안을 조기에 원만하게 해소함으로써 굳건한 한미동맹의 건재를 과시했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매년 5%가량 인상될 듯
2008년 이후 5% 인상 두 차례에 불과
문제는 과거 양국이 물가상승률에 따라 분담금을 증액한 것과 다르게, 국방비 증가율을 반영하기로 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국방예산을 이전 정부보다 큰 폭으로 늘려온 문재인 정부 임기가 내년까지라는 점,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평균 국방비 증가율이 각각 5.2%와 4.1%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국방비는 5% 안팎으로 증액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난 2008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이 5% 이상 인상된 것은 2014년(약 6%)과 2019년(약 8%), 두 차례에 불과해 향후 증액 폭은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매해 국방비가 5~6% 증액된다는 가정하에 이번 11차 SMA 협정이 종료되는 2025년까지의 방위비 증액분을 계산하면 한국 부담액은 1조 4439억원~1조 4853억원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기준으로 약 2600억원~3020억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방비 예상증가율을 감안할 경우 "유효기간 마지막 해인 2025년 방위비 총액이 1조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결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한 50% 증액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시작단계에서 500%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최종안으로 50%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와 올해 분담금이 1조 389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한국이 지불해야 할 분담금이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1조 5000억원대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아 과도하게 증액되지 않았느냐는 시각이 있다"면서도 "물가가 거의 1% 미만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력에 맞는 동맹관계 변화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낮은 물가상승률에 따른 분담금 소폭 증액 영향으로 한국의 '동맹 무임승차론'까지 제기됐던 만큼, 국방비 증가율을 반영해 관련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日 분담금, 1.2% 늘어…다년도 협상 예정
외교부 "6년 합의, 동맹 안정성에 장점"
일각에선 일본보다 방위비 증액 폭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미국과 일본은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보다 약 1.2% 늘린 2017억엔(약 2조1100억원)으로 결정한 바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용된 미일 방위비특별협정에 따르면, 일본 측 분담금은 연평균 1% 인상에 그쳤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일본은 다년도 협정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작년까지 포함해 6년간 협정에 합의했기 때문에 동맹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