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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부실대출 충당금 선제 적립…‘포스트 코로나’ 대비


입력 2021.03.16 06:00 수정 2021.03.15 13:5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NPL 커버리지비율 148.1%…1년 새 32.6%P↑

금융지원 부담 누적…미리 충당금 쌓으며 체력 강화

국내 4대 은행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혹시 모를 대출 부실에 대한 대응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신 건전성에 문제가 드러나고 있진 않지만, 이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을 미리 쌓으며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1년 넘게 이어지게 된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으로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짙어지면서, 코로나19 연착륙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의 평균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은 148.1%로 전년 말(115.5%) 대비 32.6%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금융사가 보유한 부실 대출을 가리키는 고정이하여신 잔액과 비교해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금융사가 향후 잠재적인 부실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크다는 의미로, 100%를 넘는다는 것은 해당 금융사가 가지고 있는 부실 대출보다 많은 충당금을 쌓아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같은 기간 130.2%에서 165.2%로 35.0%p나 오르며 최고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121.8%에서 154.0%로, 신한은행은 115.9%에서 143.0%로 각각 32.2%p와 27.1%p씩 해당 수치가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도 94.1%에서 130.1%로 36.0%p 급등했다.


이처럼 대출의 질 악화에 대한 은행들의 대비 여력이 개선된 것은 우선 그 만큼 충당금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경제적 충격이 누적되자 은행들도 리스크 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의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2조5884억원으로 전년(1조3289억원) 대비 94.8%(1조2595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아울러 부실 대출 자체가 줄고 있는 측면도 은행들의 NPL 커버리지비율을 끌어 내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말 3조6591억원으로 1년 전(4조1559억원)보다 12.0%(4968억원) 줄었다.


이처럼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신 건전성이 이전보다 나아진 배경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부터 은행들에게 적극적인 만기 대출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를 주문했다. 코로나19로 일시적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 시행 기간이 계속 늘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시행돼 온 금융지원 조치를 오는 9월까지 연장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해 벌써 세 번째 연장 조치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재약정을 포함해 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거나, 원금 혹은 이자 상환을 유예해 준 금액은 지난달 말 88조8097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대출 상환이나 이자 납부를 유예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곧 그만큼 갚지 못하는 빚이 쌓여가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대출 관련 금융지원 정책이 종료되면, 숨어 있던 연체가 드러나면서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은행들이 부실 대출이 축소되고 있음에도 충당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은 당장의 리스크 관리는 물론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성격까지 포함돼 있다"며 "특히 금융지원 정책이 풀렸을 때 얼마만큼의 부실이 가시화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보수적인 여신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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