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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㉞] DJ friz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아티스트가 목표"


입력 2021.03.28 09:15 수정 2021.03.28 10:2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지난해 12월 싱글 발표

다이나믹듀오·방탄소년단·헤이즈와 작업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DJ와 작곡, 가수들의 스크래치 세션을 작업하고 있는 DJ friz(김재황)는 Unknown DJS라는 DJ팀 소속으로 꾸준히 활동해왔으며, 에픽 하이, 다이나믹 듀오, TBNY, 리쌍, 방탄소년단, 헤이즈 등 뮤지션 앨범에 참여했다. DJ 업계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실력을 인정 받았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해서 플레이 하는 것이 DJ의 역할입니다. 일반 플레이리스트로 노래를 들으면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2초, 3초 정도 끊어지잖아요. 이걸 공백없이 믹싱 기술로 자연스럽게 넘기는 것이 클럽에서 공연할 때 제 일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시끄러운데 오래 있으면 힘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친구들끼 하는 파티 정도만 참여하다가 요즘은 코로나19로 아예 할 수가 없게 됐죠."


그가 DJ를 시작 한지는 약 20년이 됐다. 처음 음악을 한 기억을 떠올리자면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다. 음악이 좋아서 영어 학원비로 DJ를 배우던 그는, 부모님을 설득해 음악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의 부모님은 음악을 허락한 이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고. 대학교 전공을 전자디지털음악과로 선택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권유한 것도 그의 아버지였다.


"처음에는 반대하셨어요. 그런데 너무 배우고 싶어서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둘러댔어요. 그리고 정말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성적도 올리고 말씀도 잘 들었더니 한 번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장비도 다 사주시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대학로로 DJ를 배우러 다녔는데 고3때는 오가는 시간이 아까우니 선생님을 집으로 모셔서 공부할 수 있게 서포트 해주셨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음악을 직업으로 삼게 될 지 몰랐다. 음악을 전공하니 주위에 음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다른 지인들과 교류할 기회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그러다 스물 세살, DJ가 필요하다는 다이나믹 듀오를 소개 받으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주변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듣다가 정말 음악을 잘하는 다이나믹 듀오 형들과 일하고 프로들과도 작업하다보니 음악을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크래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묘한 긁힘(scratch) 음을 믹스시키는 효과음을 주로 일컫는다. DJ friz는 방탄소년단, 씨엔블루, 헤이즈 등의 음악의 스크레치 세션으로 참여했다. 방탄소년단의 '마마'(MAMA), '병'(Dis-ease)가 DJ friz의 손길을 거쳤다.


"스크레치 음악은 악기 소리가 될 수도 있고 사람 목소리가 될 수도 있어요. 밀고 댕기는 소리를 불륨을 껐다 켰다하면서 박자에 맞춰 만들죠. 아이돌 음악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어요. 방탄소년단 프로듀서 피독과 아는 사이라 스크래치 음악이 필요하면 제게 연락을 줘요. 방탄소년단 음악에 참여했다는 것이 요즘 제 자랑입니다.(웃음) 다행히 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해 악기에 대한 특징을 알고 있어서, 필요한 음악의 레퍼런스나 설명이 오면 소통하기가 편해요. 스크래치 음악만 했던 후배들은 작곡가들과 소통을 힘들어하기도 하더라고요. 만약 저도 DJ만 했으면 힘들었으면 소통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들 때 만큼은 최선을 다해 작업하지만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는 경력이나 실력이 쌓인다고 해소되지 않는다.


"팀 음악이든, 제 싱글이든, 외부 작업이든 할 때는 까탈스럽게 만들어요. 그런데 지나고 나면 '킥소리 조금 더 줄일 걸', '보컬 녹음 후보 중 다른 것 선택할 걸' 등 디테일한 것들이 아쉬워요. 다른 사람들은 바꿔도 잘 모를 작은 것들이 계속 보이더라고요. 분명히 그 땐 90점 이상을 줄 만큼 만족스러웠는데 말이죠. 시간이 지나면 귀도 바뀌는 건가 싶더라고요."


2008년 동료 프로듀서 필터와 함께 플래닛쉬버를 결성해 총 5장의 앨범을 발매한 바 있는 2017년부터 자신의 싱글 'The Record Vol.R','The Record Vol.D' 'The Record Vol.F' 세 곡을 발표했다.


"스스로 곡 쓰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서 요즘은 외부 가수들에게 곡을 주기보단, 제 음악을 만드는 것에 주력하고 있어요. 사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줄어들었어요. 싫어하는 건 아니고요. 열정으로 결과물을 만들고, 그것으로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예전보다는 덜한 것 같아요. 5년 전까지만 해도 '왜 이러지'란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이 마음이 자연스러운거라고 받아들였어요. 언제나 전력질주일 수는 없죠. 이러다 열정이 생길 수도 있고요. 어릴 땐 불같은 사랑이었다면 지금은 따뜻한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그래도 음악 하는건 여전히 좋아요."


그의 이같은 마음가짐은 인생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 DJ friz는 요식업에 도전했으며 터프팅, 유튜버 채널을 준비 하고 있다.


"요리를 전공한 친구와 돈까스 집을 운영했었는데, 이건 제 길이 아닌 것 같아요.(웃음) 그러다 우연히 SNS에서 총으로 실을 쏴서 카페트를 만드는 터프팅을 알게 됐어요. 재미있겠다 싶어서 배웠고요.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돈을 벌기보단 작품을 만들자는 심산이었죠. 얼마 전 개코 형이 아들 그림으로 모자를 만들었는데, 그림이 너무 귀여워서 우리끼리 러그로 만들어 선물했어요. 그런데 러그도 만들어 팔아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최근 네이버 스토어팜에 입점 등록을 했어요. 큰 돈을 벌려고 한 건 아니라 재료값만 나오면 됐지란 마음으로 재미있는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DJ friz는 올해 싱글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그가 작업한 곡을 들은 주변인들이 좋아하는 모습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그 곡을 화음까지 연습해서 영상을 만들어주는 친구들을 보며 모르는 사람이 좋아해주는 것과 다른 감정이 들었다. 이는 그가 음악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목표와 닿아있다.


"주변에 음악 잘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 사람들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고 인정하는 사람들로부터 듣는 칭찬은 또 다른 성취감을 주더라고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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