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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민심 폭발'에 금융당국 가계대출 기조 '혼선'


입력 2021.04.11 06:00 수정 2021.04.09 14:5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영끌·빚투' 현상에 금리까지 뛰는데…여당 대출규제 완화카드 만지작

대출규제로 '총량 관리'하려는 계획에 차질…가계부채 뇌관 우려 커져

금융당국은 'LH사태' 여파에 4.7보궐선거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이 폭발하면서 가계부채관리방안을 마련하는데 고심이 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큰 틀에서 대출창구를 옥죄는 방안을 준비해왔지만, 4.7보궐선거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이 재확인되면서 방향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여당은 선거 기간 동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의 우대를 늘리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에 가계부채의 고삐를 쥐겠다는 금융당국이 '정치 외풍'에 맞서 정책 기조를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에는 전세·주택담보대출 외에 토지나 상가를 이용한 비(非)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당초 대책의 초점은 LH사태 파장을 최소화하는 규제강화에 맞춰졌지만, 무주택자와 청년층 주거 사다리를 제공하는 규제완화 쪽으로 방점이 옮겨간 상황이다. 금융위도 무주택 실수요자의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9일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줄이는 것과 청년층에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 중 어느 선에 맞출 것인지가 고민"이라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는 선거와 관련 없는 기존 기조이며 선거 결과를 평할 수도 없고 평가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날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무주택자나 청년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자는 측면에서 DTI 등 금융 관련 규제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규제완화 기조를 내세웠다.


정치와 정책의 충돌…금융권 "예측 가능한 정책 바랄뿐"


이에 금융권에선 당국과 여당 간 정책 엇박자가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내년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치 시간표를 감안하면 금융당국이 내놓는 정책 방향은 언제든 틀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금융당국이 그려온 가계부채 방안 청사진의 골격은 개인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일괄 적용해 대출총량을 제한하는 것인데, 정치권의 개입으로 '대출을 풀어주겠다'는 그림으로 변질 되고 있다.


그사이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00%까지 치솟았다. 조세재정연구원의 '국가별 총부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98.6%였다. 이미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며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금융정책 운신의 폭은 좁아졌다.


시장에선 정부 차원의 "집값 상승세를 잡겠다"는 의지와 "주거 사다리를 놓겠다"는 정치적 구호가 충돌하며 파열음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더불어민주당 간 가계부채 문제를 둘러싼 고래싸움에 금융당국이 새우등 신세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권은 당국의 '예측 가능한 일관된 정책'을 바랄뿐이라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4.7보궐선거 충격에 따른 정치권의 압박에 금융당국이 소신 있는 정책을 펴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든 당국이 '은행 대출창구를 좁혀라, 넓혀라'하며 혼선을 주지 않고 정책신뢰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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