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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백신주권①] 요란했던 K-백신, 결과는 '감감무소식'


입력 2021.05.25 06:00 수정 2021.05.24 17:33        최다은 기자 (danddi@dailian.co.kr)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완료 시기 파악 어려워"

전문가 "임상 3상서 실패 가능성 높고 효능·안전성 검증 안돼"

제넥신 DNA 백신 GX-19 임상시약 ⓒ연합뉴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백신주권'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국가의 백신주권은 국가의 경제력 및 국가안보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엔데믹(주기적 발병)'으로 진화할 우려가 커지면서 백신 물량 확보는 각국 정부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 됐다. 실제 의약품에 대한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면 이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외국산 백신에만 의존하지 말고 백신주권을 추진할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백신 개발에 앞 다퉈 뛰어들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서 개발 중인 백신 가운데 임상 3상에 도달한 제품이 하나도 없고 이들 업체가 현실적으로 임상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 국내 1호 백신이 몇 년 뒤에 나올지 아무도 자신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 K-백신을 내놓는다는 정부의 기조도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국산 코로나 백신 지지부진…중소 제약사들 임상도 난항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중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는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총 다섯 곳이다. 제넥신, 셀리드 2곳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고, 진원생명과학과 유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내년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각 사의 관계자들은 백신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에 대해 “아직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며 “임상 2상이 끝나고 임상 3상에 돌입하게 되면 정부에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임상 3상이 끝나지 않은 백신이 긴급사용승인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진 임상 2상만 완료된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한 사례가 없을뿐더러 임상 2상만으로는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임상 3상 결과 효능과 안전성 등이 입증될때까지 K-백신 출시가 그만큼 늦어지는 셈이다.


비교임상 방식 도입을 통한 임상 기간 단축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비교임상은 일반적인 임상 3상과 달리 허가받은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을 견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임상 3상처럼 수만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 아닌 수천명을 대상으로 해 1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혈전과 같은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천은미 이대 목동 호흡기내과 교수는 “임상 3상은 3~4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혈전과 같은 부작용은 많아야 10만명 중에 1명꼴로 나오기 때문에 임상 3상에서는 나오지 않은 부작용이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1000여명을 대상으로 비교임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한다는데 이런 백신이 긴급승인 되면 사실상 국민이 임상 실험대상이 되는 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의 경우 임상 3상에서 드롭 시킨 경우가 많다. 3상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성공하더라도 국민들이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보다 안전성이 검증돼 있지 않은 백신을 맞으려 할지도 미지수다”라고 덧붙였다.


▲말뿐인 백신 주권…현실 모르고 정부 ‘홍보’만 열올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그동안 국산 백신에 지나친 기대를 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데도 정부가 지나치게 K-백신을 홍보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 텐데, 저도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다”면서 “정부가 끝까지 지원해 반드시 백신·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목표한 기간에 코로나 백신을 만들 능력의 국내 제약사는 거의 없다”면서 “모더나 등이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2015년 메르스가 창궐했을 당시 연구개발을 하면서 백신 개발 플랫폼을 갖춘 덕분”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개발 성공이 불투명한 국내 제약사에 정부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것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지원에 627억원, 백신 임상지원에 687억원 등 코로나19 대응에 2627억원을 지출한다는 계획이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인 화이자,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도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는데 국내 업체가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라며 “막대한 예산을 써놓고 임상 결과가 실패인지 성공인지 진행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제약회사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백신 수급을 제대로 못 해서 비난을 받는 와중에 뭐 하나는 성공시키기 위해 계속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백신이 개발되면 좋겠지만, 현재 제약사들의 플랫폼에는 의문점이 많다. 그런데 정부가 이 부분에만 돈을 쓰니 답답하다”고 강조했다.

최다은 기자 (dandd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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