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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욱의 저격] 왜 '30대 당대표'에 온 국민이 열광했나


입력 2021.06.14 07:00 수정 2021.06.14 09:51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세대 교체' 넘어 당 내부로부터의 패러다임 전환 열망

언제든 새로운 아젠다 제시하고픈 정당으로 만들어야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석을 바라보는 여러 엇갈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헌정사 처음으로 30대 제1야당 대표를 선출했다. '청년은 초선 국회의원도 하기 힘들다'는 말이 통용되던 정치판에서 십 수명의 중진을 거느린 젊은 당대표의 등판에 정치권은 술렁이고 있다.


그간 한국의 보수정치와 보수정당을 지배하고 있던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야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바라볼 수 있다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만들어 낸 현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새로운 아젠다 없이 기존 구호만 공염불처럼 되풀이하던 국민의힘에 이른바 경종을 울렸다. 단순히 나이가 어린 대표를 원한 것도 아니다. 세대교체를 넘어 당 내부로부터의 패러다임 전환을 열망하는 것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박원순 사태'로 허우적대며 젠더 갈등 문제에 손을 쓰지 못하는 사이 진중권 교수와의 진흙탕 싸움을 주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기존 아젠다가 아닌 새 아젠다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기존 국민의힘의 많은 인사들이 특정 계층의 표를 의식해 페미니즘과 같은 민감한 사회 이슈에 소극적인 목소리를 내던 것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2030세대가 관심을 가지는 새로운 아젠다가 생기면 민첩하게 결단을 내리는 그의 '전투력'에 젊은 당원들과 지지층은 열광했고, 이 같은 바람은 세대를 거슬러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이 바람은 국민의힘을 완전히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


당대표뿐 아니라 지도부 전체의 평균 연령이 44세가 될 정도로 국민의힘은 젊어졌다. 그저 나이만 어려진 것이 아니다. 21대 국회 들어 야권을 향해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곤 했던 조수진 의원이 수석최고위원에 올랐고, 배현진·김재원·정미경 최고위원 또한 '야성(野性)'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사들이다.


이에 더해 청년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김용태 위원은 1990년생으로, 그간 보수정당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기후변화·환경전문가이다. 그간 볼 수 없었던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정책적 활동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의 이번 변화가 민주당을 비롯해 전체 정치권에 주는 의미는 명확하다. 특히 지금의 민주당 주류를 이루고 있는 586세대를 향해 강력하면서도 어려운 숙제를 남겼다.


더 이상 '민주화 세대'라는 점을 내세우며 각종 내로남불과 위선을 저질러도 대중의 이해를 받을 수 없으며, 그저 '꼰대 세대'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경고장이 남겨진 것이다.여러모로 '이준석 현상'의 나비효과가 해묵은 관성이 지배하던 정치권을 강타하게 된 상황이다.


물론 이준석 대표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그의 당대표 당선을 우려하는 목소리 중 가장 설득력 있는 목소리는 이 대표가 이슈를 따라 '파이트'를 하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계파·세력간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대표를 어리게 보고 평가 절하하는 중진들이 행동에 나서면서 이 대표 체제가 오래가지 못하고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는 이러한 우려를 극복하기 좋은 환경도 갖고 있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덕분이다. 유승민계라는 당 일각의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굳이 이에 얽매인 행보를 하지 않으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능력 또한 충분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만을 기다리며 무리한 행보를 할 필요 또한 없다. 그저 원칙에 맞게 '정중동'하는 것 만으로도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게 된 모양새다.


그렇기에 이 대표가 기대에 부응해 나가는 법은 간단하다. 국민의힘을 언제든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고 싶은 정당으로 만들고, 그로부터 나온 아젠다를 보수의 새 먹거리로 만드는 것이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대선후보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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