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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제대통령’ 간판도 통제력도 잃었다


입력 2022.02.23 04:44 수정 2022.02.23 05:26        데스크 (desk@dailian.co.kr)

경제 정책토론회에서 지식과 비전 뽀록나며 붉으락푸르락

“기축통화국 될 가능성 매우 높다” 발언으로 F학점

윤석열, 공부 많이 한 데다 상대 졸전으로 앉아서 수석

안철수는 여전히 퀴즈 내며 지엽적 문제 집착…자잘한 모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국민의힘 윤석열 등 여야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주제가 경제라 재미없을 것 같았던 21일 토론회를 뜨겁게 지핀 공로자는 집권당 후보 이재명이었다.


그의 슬로건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다. 여론조사마다 그를 지지하는 응답자들은 ‘유능’에 과도한 점수를 주어왔다. 형수에게 쌍욕을 한 사람이건 말건 경제를 살릴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다.


그런 이재명의 ‘경제대통령’ 간판이 이날 토론회로 무색해졌다. 그의 경제에 관한 민낯이 공개된 까닭이다. 화천대유 일당이 3억5000만원 들고 와 1조원 가까운 이익을 본 대장동 사태로 그의 치적과 평판은 믿기 어려운 정도를 넘어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많은 국민들이 품어온 터였다.


이 사실을 잘 아는 그가 경제토론회 시험을 잘 치르기 어려웠으리라는 건 불문가지다. 잘한 게 없고, 잘못한 게 훨씬 더 많고 큰데, ‘내가 이렇게 잘했노라’라고 어떻게 답안지를 쓸 수 있었겠는가?


이재명은 성남시와 경기도 행정 말고도 경제일반에 대한 지식, 비전도 일천함을 드러냈다. 도대체 그의 말에서 ‘경제대통령’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구석이 별로 없었다.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할 뿐이었으며 난데없이 경제와 무관한 주장, 정치보복 같은 작심 추임새를 넣거나 준비해온 네거티브 공세를 펴며 대통령 후보로서의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객관식이나 단답형 문제를 주로 낸다. 주관식 논술 시험을 치르게 되면 모르는 문제도 아는 것처럼 아무 말이나 장황하게 쓰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잘 알지도 않으면서 잘 아는 듯이 답안을 쓰는 학생들 보면 꿀밤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이재명의 토론을 본 전 현직 경제학 교수들이 인터넷에서 이런 말로 채점을 했다. 고정 ‘레퍼토리’로 앵무새 답안을 제시하거나 동문서답 아니면 무답(無答)하며 다른 말로 공격하는 그에게 ‘꿀밤 맞을 학생’ 평가를 내린 것이다.


안철수는 언제나 그래왔듯 초미세, 초부분적 지엽적 문제를 붙들고 따지며 가르치려 들어 ‘저 사람은 왜 늘 저런 식일까?’하는 짜증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자신이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완전히 결렬됐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윤석열에게 화력을 집중, 자잘하게 몇 퍼센트냐를 묻거나 디지털 데이터 경제 같은 전문 용어 퀴즈 내기에 열심이었다.


그리고 미리 연습한 듯 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상대방의 답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무례도 범했다. 심상정은 뛰어난 말솜씨로 진보좌파 어젠다를 꿋꿋이 들이밀면서 尹을 대신해 李를 궁지에 몰아넣는 스릴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윤석열은 이재명, 안철수, 심상정에 비해 경제 문제에는 약하다는 선입견을 주어왔다. 李, 沈은 행정, 정치 경력과 수많은 토론 실전으로 선수가 돼 있으며 安은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경제인인데, 그는 법대 출신에 평생 검사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부 열심히 하는 만학도에게는 못 당하는 법이다.


“중간시험에서 B 맞았는데 기말시험에서 A 맞은 학생에게는 최종 학점을 A 준다.”


위의 채점 교수가 말하는 평가 방식대로 尹은 A를 받았다. 과거와 평균이 아니고 학습이 어느 정도 이뤄진 현재 실력이 그의 진짜 실력이라고 봐서다. 그는 이번 경제토론회에서 원론적인 것들을 다 이해하고 있고, 특별히 틀린 얘기를 하지 않았다. 덤으로 다른 후보들의 졸전 덕도 봐 앉아서 수석을 했다.


ⓒ

이재명은 네거티브 유혹도 결국 떨치지 못했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녹취록 일부를 거두절미하고 불리한 대목은 뺀, ‘악마의 편집’ 패널로 만들어 들고 나왔다.


김만배: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대화자: 윤석열은 원래 죄가 많은 사람이긴 해.

김만배: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

김만배: 윤석열은 내가 욕하면서 싸우는 사람이야.


윤석열은 이것을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되면 (감옥에서) 살아서 나갈 범죄자들, 즉 김만배는 10년도 전에 (검찰 출입기자로) 알았고 정영학은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자기편들끼리 나눈 대화”라고 일축하며 “그 녹취록 끝에는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어디 끝까지 한번 틀어보시지요”라고 맞받았다.


네거티브를 하자면, 공금 횡령 법카 식비 사용, 부인 수발 전담 공무원 불법 채용 등 핵폭탄을 안고 있는 이재명이 꺼내들 녹취록은 아니었다. 그는 똥 묻은 옷을 입고 겨 묻은(겨가 있었는지 검증도 안 된) 옷 입은 상대편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가지고 나온 셈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그가 ‘경제대통령’ 가면을 스스로 벗은 말은 (포퓰리즘 공약 이행을 위해) 국가 부채가 늘어도 된다는 이유로 든 이것이었다.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제를 좀 안다는 상식인들을 기겁케 한, 밑천이 뽀록난 커밍아웃이었다. 그는 “형수 통화는 알지만 기축통화는 모르는”(윤희숙) 이 한마디로 경제 정책 F학점을 받았다.


기축통화(基軸通貨, Key Currency)란 금과 바꿀 수 있는 화폐, 즉 전 세계에서 그런 가치를 인정받는 미국 달러를 말한다. GDP 14조 달러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14억 인구의 중국 위안화도 기축통화의 기 자 소리도 못 낸다. ‘기축통화권’이라고 해도 유로화, 엔화 등 5종만 포함된다. 원화는 국제 통화 결제 비율이 아직 20위권 밖이다.


그러나 이재명이 경제 토론회에서 잃은 건 ‘경제대통령’ 이미지 말고 더 중요한 게 있다. 그는 윤석열의 ‘허허’ 하는 여유로운 대응에 흥분해서 ‘사과’ ‘사퇴’란 말을 연발하며 통제력을 잃고 붉으락푸르락했다.


우리나라나 다른 선진국들이나 국가 정상 후보 토론회에서 화를 낸 후보가 당선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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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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