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만 남겨둔 LG 트윈스가 케이시 켈리(34)를 선발로 세운다.
켈리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5차전에 선발 등판, kt 위즈 타선을 상대한다. 시리즈 전적 3승1패 LG 우세.
한국시리즈 두 번째 맞대결이다. 켈리는 1차전에 선발 등판, 6.1이닝 4피안타 6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했다. 비록 팀은 졌지만 켈리는 선발투수로서 역할을 다했고,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1승만 남겨둔 절실한 상황에서 다시 선발 등판한다.
선발 맞대결 상대는 1차전에서도 맞대결을 펼친 고영표. 올 시즌 28경기(174.2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한 고영표는 LG를 상대로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좋지 않았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6이닝 7피안타 2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했다.
LG 입장에서 초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고영표를 무너뜨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가을야구를 위해 새롭게 장착한 포크볼까지 선보인 켈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3차전에서 LG가 졌다면 염경엽 감독은 4차전에 켈리를 투입할 생각도 했었다. LG 불펜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켈리가 최소 4~5이닝을 버텨줘야 할 상황도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켈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등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헌신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9회초 오지환의 극적인 역전 스리런 홈런이 터지면서 LG가 3차전을 이겨 켈리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은 닥치지 않았지만, 염 감독은 팀을 향한 켈리의 진심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태업 논란’에 휩싸였다가 끝내 팀을 떠난 아담 플럿코(32)에 실망한 LG 팬들도 켈리에게 더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올해로 벌써 KBO리그 5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켈리는 LG 유니폼만 입고 통산 144경기 68승 38패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다. 현재 리그에서 켈리만큼 한 팀에서 오래 던진 투수는 없다. 그만큼 팀에 대한 애정은 깊을 수밖에 없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도 켈리는 LG를 위해 헌신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6이닝 2실점 호투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팀이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리자 사흘 휴식만 취하고 4차전에 등판해 5이닝 동안 2실점으로 버텼다.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만 180개 이상의 공을 뿌렸던 켈리다.
지난 시즌 16승 평균자책점 2.5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에이스 켈리는 올 시즌 30경기(178.2이닝) 10승7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이전 시즌과 비교했을 때, 기복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시즌 초반과 무더웠던 여름에 부진에 빠지자 "켈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렸다.
하지만 염 감독은 켈리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KBO리그에서의 풍부한 경험도 경험이지만, 외국인선수의 헌신과 진심은 국내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켈리에게 큰 과제가 주어졌다. 두터운 신임과 지지를 받고 있는 켈리는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경기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내야 한다. 헌신과 진심으로 무장한 켈리가 LG 팬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수도 있는 경기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