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배달 라이더들이 겪은 황당하고 폭력적인 사례들이 전해졌다.
10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일하다 아픈 여자들: 왜 여성의 산재는 잘 드러나지 않는가?'가 출판됐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등 저자 6명은 산재 위험에 노출된 여성 노동자 19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관련 통계를 분석해 책에 담았다.
특히 학원 강사 일을 하다 음식 배달 일을 시작한 대학생 지수 씨의 사연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수 씨는 1년 6개월간 낮에 공부를 하고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배달 라이더로 일하며 험한 일을 여러 번 겪었다.
한번은 음식값 때문에 50대 남성으로 부터 구타를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또 한번은 술을 시킨 미성년자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다가 집 안으로 끌려가 두개골에 금이 갈 정도로 맞기도 했다. 다행히 스마트폰 경찰 신고 기능 덕분에 더 큰 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16년부터 2019년 6월까지 18~24세 청년의 산업재해 사망 1위 직종은 배달 라이더다. 전체 사망자 72명 중 44%를 차지한다. 불안정한 고용조건, 건별로 책정되는 치열한 경쟁, 묶음 배달 등이 산재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성 배달 라이더들은 이런 산재나 공상처리(회사에서 치료비만 받는 것)를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폭행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경우도 적다.
회사 측의 방해 작업도 있지만 남성 동료에게 받는 배척도 작용한다고 한다. '여자애들이 꼭 배달하다가 저런 사고 쳐서 그걸로 회삿돈 타 먹는다' '여자애들은 운전도 못 하면서…' '맨날 배달 늦게 온다고 고객 불만도 심한데 왜 채용하는지 모르겠다' 등 배달 여성 라이더를 바라보는 동료 남성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고 한다.
이 외에도 장애 여성 노동자, 성소수자 노동자, 산재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일하다 아픈 여자들'의 산재 문제를 지적했다.
저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여성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아픈 몸이라는 자책과 쓸모없는 노동력이라는 사회의 낙인으로 주로 구성되었음을 확인했다"며 "여성 노동자의 건강에 자본과 국가의 책임을 다시 묻는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