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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美·나토 핵공유 체제…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입력 2024.02.03 03:00 수정 2024.02.03 03:0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러시아가 제기하는 위협 맞서

美 핵전력·유럽 재래식 전력 강화

하드웨어 외에 소프트웨어도 개선

한미 핵재래식통합에 시사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례 정상회의에 앞서 참가국 정상들이 기념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안보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에서 '위협국'으로 새롭게 상정하고 대비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고리로 미국과 밀착 수위를 높이며 기존 핵공유 체제를 강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신형 전술핵 B61-12를 영국에 재배치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핵전력 현대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유럽 국가들의 '재래식 전력 현대화'까지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자료사진) ⓒAP/뉴시스
美, 유럽 배치 전술핵
신형으로 '업그레이드'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세종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과 나토 핵공유 체제의 동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유럽 내 배치된 미 핵전력의 현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럽에 배치된 핵무기 B61 계열 중 중력폭탄을 신형(B61-12)으로 교체하려는 계획이 기존보다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B61-12는 기존 B61 계열에 첨단 레이더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전 지구 위치 파악 시스템) 등이 추가돼 3배가량 정밀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조 선임연구원은 "러-우 전쟁을 계기로 유럽 내 주요 공군기지의 현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과거 핵운용 기지의 재활성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달 말 보도에서 미국이 B61-12를 영국 레이큰히스 공군기지에 배치하기 위한 공사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 B61-12가 F-16 전투기에 탑재되는 모습(자료사진) ⓒ미국 회계감사원 유튜브 갈무리
유럽, 美 신형 전술핵
투하할 전투기 구매


나토 핵공유 체제가 미국의 핵전력과 유럽 국가들의 재래식 전력이 통합 운용되는 성격을 띠는 만큼, 유럽 국가들의 전력 현대화도 본격화 되는 분위기다.


핵재래식통합(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CNI)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하드웨어 개선이 발맞춰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나토 CNI를 구성하는 동맹국의 이중용도 전투기(Dual-Capable Aircraft·DCA)도 현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나토 핵공유 체제는 미국이 유럽 5개국(벨기에·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터키)에 배치한 핵무기 100여 발과 7개 동맹국의 투발수단(DCA)을 연계해 운영하는 형태다.


조 선임연구원은 "사실상 동맹국 DCA의 대다수는 2025년 퇴역을 앞두고 있었다"며 "독일의 경우 차세대 DCA에 대한 투자를 지연함으로써 미 핵폭탄 운반 임무에서 자연스럽게 빠지고자 한 정황도 보고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우 전쟁 여파로 독일을 포함한 DCA 동맹국 대다수가 B61-12를 운반할 수 있는 미국의 차세대 F-35 전투기 구입에 나서며, 나토 CNI가 전면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F-35 전투기(자료사진) ⓒAP/뉴시스
나토 핵억지훈련 '선명성' 강화
"러-우 전쟁, 핵무기 중요성 상기"


나토 핵공유 체제의 '업그레이드'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나토 CNI의 구현을 위해 매년 10월, 약 일주일 동안 비공개로 실시돼 온 '핵억지훈련'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스테드패스트눈(Steadfast Noon) 공동훈련에 "미국 핵무기를 대신해 가짜 폭탄을 동맹국 DCA에 탑재해 투하하는 연습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비공개로 추진돼 왔으나 러-우 전쟁 이후, 처음으로 공식 개최되며 가시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를 겨냥하지 않은 방어적 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해 온 나토 입장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조 선임연구원은 "스테드패스트눈 훈련의 '대상화' 추세가 주목된다"며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발언 수위에 주목했다.


실제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2022년 10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정례적이고 오랫동안 계획했던 훈련을 취소한다면 매우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훈련이 러시아에서) 1000㎞ 떨어진 곳에서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는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은 공격 억지를 위한 나토 핵무기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줬다"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스테드패스트눈 훈련에 "지난 2년간 미국 전략자산 B-52 폭격기도 동원됐다"며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공중전력이 참가해 규모 측면에서도 확대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가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다(자료사진). ⓒ미국 공군
"나토 CNI 현대화 추세에
韓도 전략적으로 편승해야"


러시아가 제기하는 위협에 맞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억지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는 만큼, 북핵 대응태세를 새로 마련 중인 한미동맹이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한미가 신설한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이 주요 과업으로 설정한 △핵운용 지침 △핵 및 전략 기획 △CNI 등은 나토의 '개선 과업'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러-우 전쟁을 계기로 가속화되는 나토 CNI 현대화 추세에 한국도 전략적으로 편승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 CNI 대상이 되는 미국 핵전력의 현대화 및 수량 확대, 주변 기지 현대화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측면만이 아니라 하드웨어 차원의 증강 필요성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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