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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 노려라”…TV 콘텐츠의 새 문법 [D:방송 뷰]


입력 2024.02.12 07:40 수정 2024.02.12 07:4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클리셰에 색다른 설정 한 스푼"

진입장벽 낮추되 색다른 재미 더하며 관심

틀에 박힌 공식이나 전개를 뜻하는 ‘클리셰’도 잘만 활용하면, 오히려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히어로물의 전개를 따라가며 쾌감을 극대화하는가 하면, 알고 봐도 설레는 로맨틱미디 공식을 적극 활용하는 등 ‘익숙한 맛’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되, 약간의 변주를 가미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안방극장의 새로운 흥행 공식이 되고 있다.


밤이 되면 담을 넘는 15년 차 수절과부 여화(이하늬 분)와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종사관 수호(이종원 분)의 담 넘고 선 넘는 아슬아슬 코믹 액션 사극 ‘밤에 피는 꽃’은 시청률 10%를 넘기며 주목을 받고 있다.


사극으로 배경은 새롭지만, 이하늬가 액션, 코믹 연기를 소화하며 극을 종횡무진 누비는 모습은 익숙하다. 영화 ‘극한직업’부터 드라마 ‘열혈사제’, ‘원더우먼’에 이르기까지. 코믹 액션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하늬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며 ‘믿고 보는 이하늬’라는 호평까지 받고 있다.


정의의 사도처럼 활약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밤에 피는 꽃’의 익숙한 전개에, 복면을 쓰고 수절과부라는 설정의 한계를 깨는 쾌감까지 더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중이다. 시청자들이 잘 아는 맛에, 사극이라는 장르의 차별화로 약간의 다른 재미를 만들어 낸 것이 ‘밤에 피는 꽃’의 인기 요인이 된 셈이다.


아침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뻔한 막장이지만, 남다른 디테일이 있다는 평을 받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도 있다. tvN 월화드라마로, 이 드라마 또한 현재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 당한 여자가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경험하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안하무인 불륜 커플에게 각성한 주인공이 복수하며 느끼는 ‘시원함’이 원동력인 익숙한 막장 드라마다.


여기에 ‘인생 2회 차’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통해 약간의 흥미를 더했다. 또 지질한 매력의 코믹한 악역을 통해 가끔은 웃음으로 분위기를 적절하게 환기하면서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 ‘킹더랜드’와 세 모녀로 역할 변주를 주고, B급 코미디로 웃음을 극대화한 히어로물 ‘힘쎈여자 강남순’이 사랑을 받는 등 새로움을 추구하는 장르물보다는,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진입장벽 낮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예능프로그램 또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익숙한 해외 여행 포맷에 기안84 특유의 ‘날 것’의 매력으로 사랑을 받은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나영석 PD 또한 자신의 장기인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밥 먹는’ 콘셉트에, 이광수-김우빈-도경수-김기방 등 예능에선 새로운 절친 조합으로 편안한 재미를 선사, 5%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었다.


‘태계일주’ 시리즈로 프로그램으로 세 시즌 연속 사랑받은 인기 시리즈를 탄생시킨 MBC는 설 연휴 ‘음식’ 소재의 ‘뭐먹을랩’, ‘노래’ 소재의 ‘송스틸러’로 익숙한 듯 새로운 재미를 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큰 스케일, 고수위의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경쟁하는 TV 콘텐츠가 선택한 하나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한 예능 PD가 “OTT에서는 새 시도를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이 돼 있다. 제작비도 그렇고, 표현을 할 수 있는 범위도 TV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짚으면서 “또 구독자들의 선택을 계속해서 받기 위해선 꾸준히 새 재미를 줄 필요도 있다. 물론 TV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지만, 같은 방식으로 맞서서는 해결이 안 된다.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재미를 주면서 자연스럽게 선택을 이끄는 것이 필요해진 것 같다. OTT와는 다른 재미를 주면서, 쉬운 선택을 이끄는 것이 통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다만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시청자들의 외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아는 맛이 진국”이라며 클리셰를 활용하고는 있지만, 결국 그동안 통했던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진부해서 잊히던 공식을 다시금 꺼낸 것이 지금은 새롭게 느껴질지 몰라도, 시청자들의 높아지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결국 변화도 필요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금 사랑을 받는 드라마만 봐도, 클리셰를 그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약간 비틀어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은 필수다. 특히 지금처럼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비슷한 시도가 반복되진 않을 것이다. 성공 공식을 이어가되, 변주를 통해 새로운 맛을 내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창작자들도 잘 알고 있다. 지금처럼 지루할 틈 없는 새로운 재미를 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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