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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압박 카드'로 개헌 불 지피는 192석 야당…실현 가능성 글쎄


입력 2024.05.18 05:00 수정 2024.05.18 05:0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민주당, 대통령 무당적화·거부권 제한 주장

조국혁신당, 尹 임기를 단축하는 방식 제시

與 이탈 미지수…野 내부 이견 못 좁힐수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야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야권이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총선 압승으로 확인한 민심을 등에 업고 개헌을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야권은 여당의 동의 가능성이 극히 낮은 대통령의 임기 단축 문제를 꺼내면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여론전을 펴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헌론'은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내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며 "윤 대통령도 약속했던 바이고, 국민의힘 지도부도 여러 차례 동의했던 만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22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전날 "지금 헌법은 1987년 체제로 거의 40년이 됐다. 개헌을 해야 한다"며 "권력구조의 개편, 삼권분립을 확실히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헌을 아주 중요한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대통령의 당적을 없애고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민주당이 대정부 압박 카드로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이어 개헌론을 꺼내들게 된 건 결국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탄핵'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 경우 여론의 역풍이 클 수 있어 대안으로 개헌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임기부터 단축하는 방식의 이른바 '제7공화국 개헌'을 제안했다. 조국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이 명예롭게 자신의 임기 단축에 동의하고 우리가 말하는 개헌에 동의한다면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실패, 무능·무책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헌법을 바꿨다는 점에서 기여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현재의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며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춰 전국 단위 선거 횟수를 줄이면 그만큼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개헌에 부칙 조항을 둬 현직 대통령 재임 기간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22대 국회에 개헌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도 했다.


여당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거부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발상"이라며 "국민의힘은 (그런 내용의 개헌안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추 원내대표는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선 이날 "국가 거버넌스 관련 문제는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 의원들의 말씀을 들어가면서 22대 국회 개원 후에 입장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당선인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7공화국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이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일단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192석을 점하고 있어 개헌선까지는 8석이 부족해 여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사실상 대정부 압박을 위한 야권의 개헌안을 여당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여당에서 8석의 이탈 세력이 발생하더라도, 국민투표에서 과반 동의를 얻기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역대급 의석을 확보했지만, 소선거구제의 특성 때문에 그렇지 여야의 지지율을 따지고 보면 그리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며 "일방적인 야권의 개헌 추진에 국민 과반이 동의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개헌을 위한 200석 확보에는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호응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호응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런 호응은 있을 수 있는데, 그 때는 오히려 민주당에서 호응을 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200석은 개헌선이지만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선, 탄핵선이기도 하다. 이 세 가지가 일치한다는 것은 만약 그 200석에 도달하게 되면 다음 대선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식물이 되는 상황 속에서는 '내가 다음 대권주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 권한'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축소하는 개헌을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물론 야권 내에서도 개헌안에 담길 내용에 대한 시각이 달라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개헌 문제를 다루게 되면 정파에 따라 합의가 안 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여야가 다른 쟁점과 분리해서라도 5·18 정신 헌법 수록 안건을 빨리 합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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