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될 듯
대북 확성기 운용 가능해지고
전방 지역 훈련도 정상화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 가능"
북한이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서 오물풍선,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등 각종 도발을 감행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9·19 남북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상호주의를 강조해 온 윤 정부가 북한의 최근 도발을 심리전으로 평가하고 맞대응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재개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다는 평가다.
대통령실은 3일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주재로 NSC 실무조정회의를 개최했다며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오는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효력정지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정부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도발에 맞서 군사합의 가운데 '비행금지구역' 관련 일부 조항을 효력정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공중전력의 감시·정찰 활동이 가능해졌지만, 대북 확성기 가동 중단 등 여타 합의 사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북한은 윤 정부의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에 맞서 사실상 합의 폐기를 선언하며 감시초소(GP) 복원, 지뢰 매설 등의 후속 조치를 이어왔다.
윤 정부는 지난 1월 북한의 서북도서 일대를 겨냥한 포사격 도발 이후, 군사합의에 적시된 '해상 및 지상 적대행위 중단' 내용이 무효화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적대행위 중지를 골자로 하는 군사합의가 유명무실화된 상황에서 북한은 최근 오물풍선 살포 등 심리전 성격의 각종 도발을 감행했다. 이에 윤 정부가 상호주의 차원에서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 카드를 꺼내든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시 "그동안 제약받아 온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 도발에 대한 우리의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와 관련해 대북 확성기 재가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확성기 재가동과 관련해 "풀어야 할 절차들에 대해서는 정부 기관 간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 군은 즉각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준비와 태세를 갖추고 있다. 군은 임무가 부여되면 시행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는 대형 스피커를 지상에 설치하는 '고정형'과 차량에 스피커가 장착된 '이동형'으로 구분된다. 확성기 재가동 지침이 하달될 경우 이동형은 즉각 임무수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고정형의 경우 설치 작업 등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가동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군사합의에 대한 전면 효력정지가 이뤄지더라도 대북 확성기 스위치가 곧바로 켜질지는 미지수다. 설비 점검 등 재가동을 위한 준비 절차는 모두 마치되, 실제 가동은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즉각 시행되는 형식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지하는 성과를 거둔 만큼,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갈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북한은 전날 우리 군이 확성기 재운용 방침을 밝힌 지 5시간 만에 오물풍선 살포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우리 군은 확성기 재가동 외 다른 조치들도 시행할 수 있다며 억지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확성기 외에도 "군이 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이 있다"며 "그것들은 임무가 지시되면 시행할 것이다. 현재로서 설명드릴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