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서초구 대형마트 심야 영업, 새벽 배송 가능해져
규제는 풀렸지만 현장 적용은 아직
마트 노조 반대와 수익성 등 변수 많아 고심
서울 서초구가 이달부터 구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제한 시간을 대폭 축소한 가운데 유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년 넘게 발목을 잡았던 규제가 완화된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서초구 내 개별 점포에 대한 상권과 고객 편의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심야 영업, 새벽 배송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 1일부터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의 영업제한 시간을 기존 0~8시에서 새벽 2~3시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서초구 내 이마트 양재점·롯데마트 서초점·킴스클럽 강남점·코스트코 양재점 등 4개 대형마트와 33개의 준대규모점포(롯데슈퍼·홈플러스)는 심야 영업과 영업 시간 내 온라인 배송이 가능해졌다.
유통업계는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대형마트 등은 지난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규제로 10년 넘게 시달려왔다.
규제 도입 당시와 비교해 현재는 이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환경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채널에만 규제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화된 규제가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행 첫 날인 1일을 기점으로 서초구 내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의 심야 영업과 새벽 배송이 가능해졌지만 실제 영업 시간을 확대한 곳은 아직까지는 없는 상황이다.
각 점포가 위치한 상권별로 성격이 다른 데다 수익성과 인건비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서다. 또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경우에는 직영점 외에 가맹점도 있다 보니 점주들의 동의도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업계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직원들의 근무 환경 변화와 수익성 측면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앞서 지난 5월 서초구가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시간을 사실상 없애겠다는 행정예고 발표했을 때 이를 비판한 바 있다.
당시 마트노조 측은 성명을 통해 “심야 노동이 2급 발암물질이라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라며 “지자체장들의 재량권 남용으로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누더기가 되어가고 있고 마트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다는 법 취지는 온데간데 없다. 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지자체장들이 마음대로 의무휴업과 영업 제한 시간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벽 배송을 실시할 경우 수익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확산된 새벽 배송 서비스는 수익성을 이유로 많은 유통기업들이 중단한 바 있다.
특히 현재는 서울 서초구만 해당 규제가 완화된 상황이라 새벽 배송을 실시할 경우 전국 단위 서비스를 실시할 때와 비교해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마트처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지 않을 경우엔 새벽 배송을 새로 시작하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규제가 해제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지난 총선 이후 요원해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