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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2년3개월만에 필리버스터…"채상병 특검 강행은 尹 탄핵 목적"


입력 2024.07.04 00:00 수정 2024.07.04 00:04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상정되자 '무제한 토론'

시작…野, '종결 동의안' 제출하며 무력화 시도

유상범 "민주, 부끄러워하고 공부 좀 하라" 직격

주진우-서영교, 대장동 비유 놓고 설전 벌이기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이 상정되자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강행한 '채상병 특검법'의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놨다. 야권이 여야 합의가 없는 특검법을 대정부질문 때 법안을 상정한 적이 없는 관례를 깨어가면서까지 밀어붙이는 이유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본 여당은 해당 법안의 위헌적 요소를 짚어가며 대야 공세에 박차를 가했다.


국민의힘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오후 3시34분께 우원식 국회의장이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자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나섰다.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열린 건 지난 2022년 4월 당시 '검수완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사태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나 민주당은 곧바로 '필리버스터 무력화'에 나섰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직후인 오후 3시45분께 민주당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제출했다. 현행 국회법 상 종결동의가 제출되면 24시간 후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의 건이 표결에 부쳐진다. 이 때 표결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가 종료된다.


유상범 의원이 처음 연단에 섰으며, 주진우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두 번째에 위치했다. 이어 나경원·송석준·곽규택·조배숙·박준태·강승규 의원이 뒤를 이었다. 야권에선 박주민(민주당)·신장식(조국혁신당)·서영교(민주당)·이준석(개혁신당)·윤종오(진보당) 의원이 발언에 나섰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인 만큼 필리버스터는 시작과 동시에 고성이 오가는 쟁투의 장으로 변했다. 첫번째 순서로 나선 유 의원은 관례인 국회의장에 대한 인사를 거부하고, 대신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서만 고개를 숙였다. 유 의원은 우 의장에게 "인사받을 만큼 행동해주시면 인사하겠다"며 채 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한 것에 불만을 표했고 우 의장은 "인사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 의원들도 "사과시켜야 한다"며 고성을 질렀다.


자세를 가다듬고 토론에 나선 유 의원은 야권이 특검법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지면서 이 법안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유 의원은 "이 특검법은 진실규명이 아니라 오로지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특검법으로, 위헌적 요소로 가득 찼다"며 "입법부가 여야 합의로 특검을 추진하는 것을 배제하고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자기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도록 설계한 특검은 삼권분립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이 상정되자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또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가 1인, 비교섭단체가 1인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게 돼 있는 특검법의 구성을 꼬집으며 "민주당이 셀프 추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한다"며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특검을 도입한 전례가 없다"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특검 제도의 보충성, 예외성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국방부 장관인 피고발인은 대통령으로부터 그러한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는 미수를 처벌하지 않는다. 해병대 수사단장이 조사한 자료 중 훼손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 효용이 훼손된 적이 없다. 의혹 제기 내용 자체로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다"고 소리 높였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중간중간 고성을 내지르며 유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유 의원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고, 유 의원은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워하라. 공부 좀 하라 공부 좀"이라고 맞받았다. 이는 앞서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사 진행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유 의원에게 "공부 좀 하세요"라고 지적하자, 그가 "공부는 내가 더 잘하지 않았겠냐"고 맞받아친 일화를 인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시간16분간의 토론을 마친 유 의원의 뒤를 이어 연단에 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약 47분 동안 특검법 찬성 이유를 밝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을 대표발의했던 박 의원은 '채상병 특검법의 추진은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는 여권의 주장에는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사건을 고발하고 이틀 뒤 특검을 발의했다고 하는데 특검법이 발의·통과되고 수사를 하기 전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증거가 멸실되는 것을 막아야 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도 공수처의 인력, 여건을 고려해 '국회의 특검 논의를 존중한다' 말했다"며 "수사받는 사람이 수사기관을 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여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거나 대통령이 결정한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이 상정되자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영교 의원은 다음 차례로 나선 주진우 의원의 발언 도중에도 끼어들어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이날 오후 8시44분께 연단 위에 선 주 의원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일주일만에 수사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왜 이렇게 급하게 적은 인력으로 빨리 결론 내려고 했는지 이해 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에 서 의원이 앉은 자리에서 '박 전 단장은 철저하게 수사했다'고 소리를 지르자, 주 의원은 "예를 들어 대장동 비리를 일주일이나 열흘 만에 민주당 인사 10명씩 입건해서 조사 받으러 나오라 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수긍할 수 있겠나"라며 "피의자로 입건한다는 건 굉장한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맞받았다.


이에 서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단 앞까지 오면서 "왜 민주당 의원을 예시로 드나. 사과하라", "임성근 (사단장)이 그렇게 좋나" "임 전 사단장 아들이냐" 등의 비아냥을 쏟아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도 "주 의원이 적절하지 않은 비유를 들었다"고 쏘아 붙였다.


국민의힘 의원석에선 임이자·김정재 의원이 "서 의원은 집에 가라", "소리만 지르면 다인가"라고 맞받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서 의원을 말리기 위해 배준영, 박준태, 박충권 의원이 의장석 앞으로 나오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맞대응하지 말라"며 할 이야기가 있으면 다음 발언자에게 부탁하라. 22대 처음에 이게 뭔가"라고 중재를 시도했으나 양측의 고성은 계속됐다.


그럼에도 주 의원은 지지 않고 "공수처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통화내역을 가지고 대통령실이 관여됐다고 주장하는 건 '공수처가 통화내역을 흘렸다'고 단정적으로 주장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조작 은폐라고 답을 정해놓는 것 아니냐"고 본인 주장을 이어갔다.


이어 "민주당은 대북송금 사건은 수사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일주일도 안 되는 조사 결과는 그토록 신뢰하고 이를 좀 더 정교하게 처리하라고 했던 장관의 지시는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있나"라며 "지금 민주당의 주장처럼 통화한 내역만 가지고 마음대로 해석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쌍방울 김성태 회장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통화한 사실 하나만 인정되면 모든 범죄를 자백한다는 입장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이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시작된지 24시간 후인 오는 4일 오후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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