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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株 ‘공모가 하회’에도 수요 예측 여전히 흥행


입력 2024.07.23 07:00 수정 2024.07.23 07:00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산일전기·피앤에스미캐닉스 희망밴드 상단 초과

이노스페이스·엑셀세라퓨틱스는 상장 첫 날 급락

가격측정 기능 상실…기관, 의무보유확약 소극적

ⓒ픽사베이

최근 국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이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하거나 상장 이후 하락세가 굳어져 공모가를 밑도는 등 잔혹사를 겪고 있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새내기주들이 속출하면서 ‘공모주 흥행’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수요예측이 나서는 기업들의 공모가는 여전히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하며 흥행을 거두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해도 상장 당일과 이후 하락세를 연출하는 기업이 적지 않게 등장하면서 ‘공모가 거품’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도전 기업인 산일전기와 코스닥 상장 도전 기업인 피앤에스미캐닉스는 모두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산일전기는 지난 9~15일 진행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희망밴드(2만4000~3만원) 상단보다 높은 3만5000원에 공모가를 최종 확정했다. 피앤에스미캐닉스 역시 희망밴드(1만4000~1만7000원) 상단을 넘어선 2만2000원을 공모가로 결정했다.


이는 이달 국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이달(7월 1~22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4개사 중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시프트업을 제외하면 이노스페이스·하스·엑셀세라퓨틱스 3개사는 전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전일 이노스페이스는 공모가(4만3300원) 대비 40.3% 내린 2만5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날 하스와 엑셀세라퓨틱스도 공모가 대비 각각 26.8%(1만6000→1만1710원), 25.2%(1만→7480원) 떨어진 채 장을 닫았다.


특히 이노스페이스와 엑셀세라퓨틱스는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밑으로 내려가 ‘새내기 흥행 불패’ 공식을 깨버렸다. 이노스페이스는 상장 첫날인 지난 2일 종가가 공모가 대비 20.4%(4만3300→3만4450원), 엑셀세라퓨틱스는 입성 첫날인 15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16.7%(1만→8330원) 낮았다.


올 2분기에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14개사를 살펴보면 이 중 9개사가 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공모가 4배 상승을 노린 ‘따따블’에 힘입어 공모주 열풍이 불었던 것과 달리 새내기주들의 성적 부진이 다수 포착되자 IPO 시장에 한파가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 대부분이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하는 사례가 올초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공모가를 결정하는 기관들의 수요예측 과정에서 올바른 가격 측정 기능이 상실돼 ‘공모가 거품’ 논란이 번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기관들은 배정 물량을 늘리기 위해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만 의무보유확약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무보유확약이란 상장하는 기업의 공모주를 받는 기관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보유할 것을 약속하는 조건이다.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높으면 매도하는 기관 투자자가 감소하기에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나 최근에는 기관들이 ‘엑시트’(Exit)을 노리는 행보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이 많아질 경우 수요예측 분위기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일 평균 상승률 수준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공모가로 상장일 큰 폭의 단기 차익을 노리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최근 공모주 시장의 변화가 감지된 만큼 기관들도 신중히 접근해 차별화된 수요 예측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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