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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일렉트릭, 한국보다 '일본' 맞춤?… 현대차의 '노림수'


입력 2024.08.07 08:30 수정 2024.08.07 09:13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차그룹 최초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 탑재

페달 오조작 기술, 일본 벤치마킹… "日 출시 고려했다"

경형 포기하고 상품성으로 승부… "전기차 혜택 충분"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을 내놓으면서 경쟁력의 무게중심을 '낮은 가격'이 아니라 '상품성'으로 옮겼다. 경형에서 소형으로 몸집을 키우고, 작은 차에서는 포기해야했던 주요 편의사양과 각종 신기술까지 탑재하면서다. 몸집이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시장보다는 내년 출시할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에 최초로 탑재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기술(PMSA)'은 일본을 벤치마킹해 개발된 기술인 데다, 전세계 시장 중 일본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수년 만에 재진출했지만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을 승부수로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 6일 강남 JBK컨벤션홀에서 '캐스퍼 일렉트릭 테크 토크'를 열고, 지난 7월 사전계약에 돌입한 캐스퍼 일렉트릭에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기술(PMSA)'을 탑재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수입차를 포함해 국내 출시된 모든 차량에서 처음 탑재되는 기술이다.


PMSA는 장애물을 감지한 정차 또는 저속 주행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빠르고 깊게 밟을 경우 페달 오조작으로 판단해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최근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급발진 주장 사고 등으로 인해 국내 도입 필요성이 대두된 기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PMSA를 탑재하게된 이유로 ▲타깃층이 고령 운전자, 초보 운전자라는 점 ▲내년 6월경 UNECE 주관으로 페달 오조작(ACPE) 법규가 발효될 예정이라는 점을 들었다.


하정우 현대차 차량구동제어개발1팀 연구원은 "반응 속도가 다소 느린 고령 운전자나 아직 운전에 미숙한 초보 운전자분들의 경우 이런 순간에 훌륭하게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특히 전기차는 원페달 드리이빙이 적용되기 때문에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캐스퍼 일렉트릭에 첫 적용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내년 6월경 UNECE 주관으로 발효될 예정인 페달 오조작(ACPE) 법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캐스퍼 일렉트릭에 이 기능을 넣었다"고 했다.


캐스퍼 일렉트릭 개발에 참여한 현대자동차 연구원들이 캐스퍼 일렉트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주목되는 점은 한국 최초 신기술을 선보일 모델로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캐스퍼 일렉트릭을 택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캐스퍼 일렉트릭의 타깃층이 고령, 초보 운전자라지만 개발에 수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통상 신기술이 플래그십 차량에 선탑재된 후 향후 콤팩트 모델에 탑재되는 업계 관행을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내년 6월 관련 법규가 발효된다면, 올해 말 출시 예정된 '아이오닉9'에 최초 탑재되는 편이 더욱 설득력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현대차가 캐스퍼 일렉트릭에 PSMA를 탑재한 바탕에는 국내 소비자들의 편의를 넘어 또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시장이다. PSMA가 전세계 유일하게 일본에서 운영되는 제도를 벤치마킹한 기술이자, 내년 캐스퍼 일렉트릭이 일본에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의 PSMA는 일본에서 지난 2012년부터 운영중인 PMPD(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됐으며, PMPD의 기준에 충족하도록 만들어졌다. 현재 일본 내 90% 이상의 자동차에 해당 기술이 탑재돼있으며, 페달 오조작 관련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조하는 제어기들이 많다보니 개발에 들어가는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라며 "페달 오인지를 판단하는 조건을 규정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나 PMPD 인정기준을 참고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내년 6월부터 모든 신차에 PMPD 설치를 의무화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캐스퍼 일렉트릭이 일본에서의 판매 기준을 충족할 필요도 커졌다. 2년 전 일본 시장에 12년 만에 재진출했지만 판매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캐스퍼 일렉트릭을 일본에 투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일본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모델이다. 올 상반기 일본에서 점유율이 0.3% 수준에 그친 현대차의 굴욕을 씻어줄 구원투수이기 때문이다. 그간 경차, 소형차 위주의 일본 시장에서아이오닉5, 넥쏘 등 큰 차를 판매해왔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소형인 만큼 더욱 희망이 있다.


하 연구원은 "내년 캐스퍼 일렉트릭을 일본에 수출한다"며 "PMSA를 캐스퍼 일렉트릭에 탑재한 이유 중 일본 수출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기아 레이 EV와 EV3의 중간 가격대를 담당하면서 다소 애매한 포지션을 맡게 되지만, 상품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경형에서 소형 SUV로 덩치가 커진만큼 경차 혜택은 없어지지만, 전기차 친환경 혜택이 많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캐스퍼로 전기차 가면서 휠베이스가 커지고 전장이 커졌다. 회사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있는 주행거리를 확보하자는 것이 첫번째 목표였고, 여기에 맞는 배터리량을 탑재하다보니까 전장이 늘어나게 됐다"면서도 "규격에서 벗어나면서 경차 혜택은 받을수없지만, 경차 혜택만큼 보조금이나 통행료, 주차할인 등 전기차 혜택들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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