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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거품론에 삼성·SK 연쇄 위기?


입력 2024.08.07 11:04 수정 2024.08.07 12:46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美·亞 증시 혼조 속 고개드는 AI 거품론

엔비디아 흔들리면 삼성·SK도 영향권

AI 성장은 이어질 것…HBM 수요 지속 무게

엔비디아 로고.ⓒAP=뉴시스

미국발(發)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5일 하락폭이 컸던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7(M7)'는 다음날 낙폭을 소폭 만회했지만 중동 전쟁 긴장감 고조, AI 거품론 우려는 잠재적 불씨다.


반도체업계는 AI 산업 수익성 우려가 현실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돌연 투자를 줄이고 주문을 취소하게 되면 HBM(고대역폭메모리)를 공급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HBM 중심 반도체 로드맵에도 제동이 걸린다. 다만 전문가들은 AI 대세 흐름 자체는 지속된다고 판단, 위축 보다는 성장에 무게를 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가가 요동친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는 모두 AI 빅테크라는 공통점으로 묶여있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 중동 무력분쟁, AI 산업 위기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패닉셀(공포 투매)을 불러왔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나, 널뛰기 장세는 또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KB증권은 "아직 조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의견과 경기침체 우려가 과했다는 의견 등 미 증시 방향성에 대한 엇갈린 시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는 AI 생태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동일한 불씨가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양사는 엔비디아 등 AI 가속기를 만드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에 HBM을 공급한다.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SK하이닉스는 "HBM3E는 올해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삼성전자도 "HBM 내 HBM3E 매출 비중은 4분기 60%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탄탄한 공급을 예고했었다.


장밋빛 전망이 불과 2주 전임을 고려하면 빅테크들의 주가 급락은 당황스럽다. 주가 거품이 걷히는 정도라면 다행이나, AI 주요 수요처인 팹리스들이 돌연 투자 조절에 나서거나 주문량을 축소할 경우 국내 반도체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제조 중심의 한국 반도체 뿐 아니라 파운드리(대만), 소재·부품·장비(일본)도 영향권에 들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향 메모리 제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였다. 실적 증가 일등공신인 HBM과 함께 고용량 서버 D램과 엔터프라이즈 SSD 소비가 두드러졌다. 양사의 중장기 투자 로드맵도 AI향 메모리 수요 대응에 맞춰져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투자 규모가 연초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고, 삼성 역시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캐파(생산능력)를 늘리겠다고 했다.


공급 확대는 탄탄한 수요를 전제로 한다. 현재까지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 AI 거품론 등에 힘이 실리게 되면 AI 공급망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대대적인 로드맵 수정에 나설 수 있다.


ⓒ산업연구원

업계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메모리 제조사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AI 반도체 산업 성장 자체는 이어지기에 중장기적으로는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타도 엔비디아'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들과 여러 스타트업이 자체 AI 가속기 칩을 개발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애플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대체할 추론용 AI 반도체를 개발중이다. 오픈AI도 새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전담팀을 만들고 브로드컴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영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를 사들였다.


AI 반도체 시장의 80%를 장악한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는 조만간 춘추전국시대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 제조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개 회사에 불과해 HBM 공급 부족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엔비디아 설계 미스 등으로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투자 또는 납품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도 "HBM은 엔비디아 뿐 아니라 다른 AI 가속기에도 채용이 될 것이기에 회복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업체 입장에서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한 공급 전략을 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SK의 가파른 실적 증가는 고부가 제품 출하 증가 뿐 아니라 레거시(범용) 반도체 가격 상승 효과에 기인한만큼 첨단/범용 생산 비중을 조정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재고는 1~4월 모두 감소했다. 4월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33.7% 급감했다. 재고 감소는 제품 가격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체 D램 비트(bit) 용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트렌드포스

산업연구원은 "최근 HBM 등 AI 메모리 반도체 생산 확대로 일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줄어들면서 재고가 조정돼 과잉 우려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범용 반도체 가격은 D램 2.1 달러, 낸드 4.9 달러로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를 그치고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체 D램 산업에서 HBM 비중이 낮은 것도 AI 거품론의 리스크를 완화시켜줄 만한 요인이다. HBM 위주의 메모리 포트폴리오는 AI 반도체 업황 호조 시 실적 증가로 직결되지만, 업황 악화 시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비트(bit)에서 HBM 점유율이 지난해 2%에서 올해 5%로 증가하고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가치(매출) 측면에서는 올해부터 전체 D램 시장 가치의 20%를 차지하며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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