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폭스바겐 투아렉의 하극상, 아우디 Q7은 용서할까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4.08.07 10:45 수정 2024.08.07 11:2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그룹 내 브랜드 서열 명확한데…동급 모델 같은 가격으로 책정

대중차 브랜드 폭스바겐이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서열 파괴

신형 투아렉.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자동차에도 출신성분이란 게 있다. 비슷한 성능의 차라도 삼각별이나 날개가 달려 있으면 ‘귀하신 몸’ 대접을 받지만 엠블럼이 변변치 않으면 천대를 받는다. 오랜 기간 시장에서 가치와 품격을 인정받으며 쌓인 브랜드간의 신분상 서열. 이건 판매량이 많고 적고를 떠나 단번에 뒤엎을 수 없는 자동차 시장의 질서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그룹은 산하에 다양한 브랜드를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간 서열만 봐도 자동차 시장의 ‘신분제’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국에는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가 5개나 들어와 있다. 그 중 신분상 최상단에 위치한 브랜드는 벤틀리다. 롤스로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는다. 그 밑으로는 아우디가 있다. 벤틀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 대중차와는 차별화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함께 아우디는 독일 빅3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다.


이들과는 별개로 슈퍼카 브랜드의 최상단에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로망 람보르기니가 있다. 페라리와 숙명의 라이벌, 웬만한 차는 옆에 서기만 하면 오징어로 만든다는 그 람보르기니다.


슈퍼카 브랜드긴 하지만 람보르기니-페라리에는 한 수 접어주는 포르쉐도 폭스바겐그룹에 속해 있다. 고성능에 화려한 디자인에 높은 가격대를 자랑하지만 슈퍼카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대중 친화적인 포지션이다.


그리고 가장 밑에 폭스바겐이 있다. 브랜드 어원인 ‘국민(Volk)차(Wagen)’ 답게 대중차 브랜드의 대명사로 불린다. 우수한 품질과 디자인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모델들이 사랑받으며 폭스바겐그룹이 글로벌 판매 1위를 달리는 데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에도 크고 비싼 차, 즉 플래그십 모델이 있지만, 대중차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와 플랫폼을 비롯해 여러 부품을 공유한다고 해도 대중차는 대중차다. 그게 태생적 한계다.


아우디 Q7. ⓒ아우디 코리아

하지만 지난 6일 국내 시장에 상륙한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SUV 투아렉이 이런 신분적 제약을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을 꾀했다.


일단 가격에서 1억원을 넘겼다. 기본 트림인 프레스티지가 1억99만원, 상위 트림인 R-라인은 그보다 600만원 비싼 1억699만원이다.


국내 시장에서 1억원은 심리적 저항이 큰 금액이다. 특히 대중차 브랜드들은 1억원이 넘는 차를 들여올 생각을 못했다. 심지어 준대형 SUV인 투아렉보다 한 체급 큰 풀사이즈 SUV, 쉐보레 타호도 1억을 살짝 밑도는(9390만~9500만원) 소심한 가격 책정을 했다.


기존 구형 투아렉도 상위 트림(1억590만원)은 1억원을 넘겼지만 기본 트림은 8990만원이라는 홈쇼핑식 가격표를 붙였었다. 풀체인지도 아닌 소소한 변경을 거친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기본트림 가격을 1000만원 이상 높여 기어이 시작 가격 1억원을 넘기는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절대 가격’보다 더 크게 우려되는 것은 ‘상대 가격’이다. 같은 집안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의 동급 모델 Q7과 가격대가 겹치는 것이다. Q7 기본트림 가격은 1억240만원이다. 투아렉 기본트림과의 가격 차이는 불과 141만원이다. 이 돈이면 엠블럼을 ‘VW’에서 ‘포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수입 대중차 브랜드끼리 비교하면 투아렉의 가격책정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진다. 포드의 준대형 SUV 익스플로러의 기본트림 가격은 6865만원이고, 토요타의 동급 모델 하이랜더도 6660만원으로 시작 가격을 비슷하게 맞췄다. 쉐보레의 동급 모델 트래버스는 5640만원에서 시작한다.


폭스바겐의 또 다른 맹랑한 일탈은 투아렉에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다. 출시 당일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11차례나 등장했다. 심지어 ‘프리미엄 SUV의 근본’이라고까지 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벤츠의 G클래스나 BMW의 X 시리즈가 느낄 허탈함은 둘째 치고라도 같은 집안의 아우디 Q7은 이 하극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룹사 내에 프리미엄 브랜드가 없는 대중차 브랜드는 자사의 브랜드 혹은 제품에 ‘프리미엄’이라는 용어를 남용(남들이 인정해 주건 말건)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룹사 내 브랜드 서열이 뚜렷한 폭스바겐의 경우 이 용어의 사용이 당황스럽다. 폭스바겐이 프리미엄이면 아우디는 뭐고 벤틀리는 뭐란 말인가.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투아렉의 품질과 상품성은 정평이 나 있다.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벤타이가 등 그룹 내 상위 브랜드들의 동급 차종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승차감과 성능도 그들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승차감만큼이나 하차감도 중요시한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하차감이 비교 불가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알맹이는 그게 그거라 쳐도, 같은 돈을 내고 폭스바겐 오너가 될 것인가, 아우디 오너가 될 것인가. 국내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앞으로 투아렉 판매량을 지켜 볼 일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