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삼성·KB 등 올 상반기 반대 의결권 행사↑
이지스운용, 19개 리츠에 공개서한…특별배당 지급
펀드·ETF 등 주주가치 집중한 상품 출시도 줄이어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등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도 이에 발 맞추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통해 기업의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주주환원에 집중한 펀드나 자사 상장리츠의 특별배당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금융위원회가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는 등 밸류업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확대되면서 자산운용사들도 기업의 가치제고 노력과 주주가치 선순환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효과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의미한다.
해당 개정의 골자는 세 번째 원칙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주기적 점검 실시’에 밸류업 지원 방안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이에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가 기업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소통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수탁자 책임 강화 움직임…반대 의결권 행사·스튜어트십 코드 개정 등
이미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의결권 행사율과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을 나타내는 등 선제적으로 수탁자 책임 강화에 나서고 있다. 통상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과 주주 활동 빈도 등을 집계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KB자산운용의 올해 상반기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각각 12.18%, 8.79%, 7.5%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0~2023년 전체 자산운용사 평균 4.6%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에 속속 나서고 있다.
특히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2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 계획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투자판단에 활용하고 있다. 또 투자기업이 시장과 소통하고 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점검하고 이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통해 기관투자자와 주주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며 “이를 통해 주주가 기업의 경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데 기여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로서 업계 1위의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도 부동산 시장 밸류업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4월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는 리츠의 밸류업을 촉구하기 위해 국내 상장리츠 19곳에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 확대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아울러 이지스자산운용이 먼저 자사의 상장리츠 이지스밸류리츠가 4월 기초자산인 태평로빌딩에 자본재구조화를 실시해 주당 600원의 특별배당을 지급하는 동시에 미리 배당 소식을 전하고 투자할 수 있는 ‘선(先) 배당 후(後) 투자’ 방식을 도입하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펀드·ETF 등 유망 투자 기회 탐색 노력
이렇게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기업가치 제고에도 힘쓰는 한편 투자자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펀드와 ETF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지배구조주주환원펀드’를 상장했다. 이 펀드는 주주환원을 위한 구조적 개선이 가능한 조건(본업경쟁력 강화·주주제안·사업구조 재편 가능성)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주주환원율을 높여가는 기업들을 조명함으로써 만성적 저평가를 해소하는 종목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상품 출시와 함께 기존 펀드를 상장해 배당기회를 늘리겠다는 곳도 있다. KB자산운용은 연말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 개발을 고려해 신규 상품 구성을 다각화하는 가운데 지난 2006년부터 1조원 규모로 운용 중인 발해인프라펀드를 내달 상장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업계가 밸류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에서 운용업계에 수탁자 책임을 언급하는 등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다”며 “향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고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잘 보호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