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관련 입법 목소리…2차 가상자산법 추진 중
내부통제와 투자자 보호 및 이해 상충 등 우려↑
전문가 “ 디지털 자산 허용 제한적…체계적 정비 필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이 달부터 진행되는 가운데 국감에서 다뤄질 자본시장 주요 현안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 등 세제 개편 문제와 밸류업 정책 및 소액주주 보호, 공매도 제도, 토큰증권발행(STO) 입법화 등 다양한 이슈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감에서 논의될 자본시장 관련 각종 쟁점 사안들을 총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최근 자본시장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는 토큰증권(ST)과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법제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토큰증권은 22대 국회에서 입법화가 재추진될 예정이며 가상자산의 경우 지난 7월 시행된 것에 이어 2차 입법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들 두 금융자산에 대한 내부통제와 투자자 보호 및 이해 상충 등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이달 시작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토큰증권과 가상자산의 투자자 보호 장치 보완과 함께 발행과 유통의 분리, 기존 제도 강화·완화 여부 등이 핵심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토큰증권 법제화 한 목소리…발행·유통 분리 ‘쟁점’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는 토큰증권과 가상자산 관련 법제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토큰증권의 경우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 발의에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한편 가상자산의 경우도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이어 제도 보완을 위한 이른바 ‘2차 입법’을 금융감독원이 준비하고 있다.
토큰증권이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을 의미한다. 토큰증권을 이용하면 미술품, 부동산 등 기존에 투자가 어려웠던 특정 자산을 기초로 조각투자할 수 있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과 암호화에 기반 둔 금융자산을 총칭한다.
현재 업계에서는 연내 토큰증권 관련 법안의 입법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해당 법안은 앞서 금융위가 지난해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마련한 뒤 후속 입법 절차를 추진했음에도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무산된 바 있다.
다만 최근에는 분위기 달라지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중심으로 토큰증권(ST) 관련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 주요 추진 법안으로 토큰증권 발행·유통 제도화를 위한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세웠다.
이렇게 토큰증권 법제화가 재시동을 걸면서 세부내용 및 규제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핵심 쟁점으로 이해 상충 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발행·유통 분리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발행과 유통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두 절차가 분리되지 않을 경우 발행사에서 증권에 대해 높은 유통가격을 책정해 이득을 취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통합할 경우 이점이 더 크며 투자자 보호 장치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발행과 유통의 견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스위스의 디지털 자산 거래소 SDX(SIX Digital Exchange)는 토큰증권의 등록·유통·결제·권리관리를 모두 수행한다. 아울러 공시 등 기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통해서도 이해 상충이 일어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2차 가상자산법 추진 예고…업계 “ 체계적인 제도 정비 필요”
가상자산도 최근 금융당국이 2차 입법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규제 강화에 대한 가상자산 업계의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16개 가상자산사업자 대표와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2차 입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보호해야 할 이용자의 자산이 원화 예치금에 국한된다는 것과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콜드월렛은 가상자산을 이전할 수 있는 개인 키를 인터넷과 완전히 단절시켜 놓은 상태로 보관하는 지갑이다.
현재 대부분의 가상자산 투자자는 거래소에 원화가 아닌 가상자산을 예치하고 있다. 거래소 파산 시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소액의 원화 예치금이 전부인 셈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안성 높은 콜드월렛에 자산을 보관하라는 지침이 있지만 이를 소유한 개인이 횡령할 경우 사실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2차 입법이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도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시장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상자산 생태계의 성장 잠재력을 억누르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용자 보호와 시장의 발전이 공존할 수 있는 균형 있는 법안이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 업계에서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내세우며 토큰증권·가상자산 제도화에 힘쓰고 있는 만큼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토큰증권 기초자산 확대 여부, 내부통제 강화, 발행사 및 거래소와 투자자 간 이해 상충 문제 해소, 공시규제 등 추가적인 제도 개선 방안 관련 문제들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업계 및 학계에서는 디지털 자산 시장 관련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토큰증권 법제화 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어 이를 무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일본·싱가포르 등 자본시장 선진국에서는 금융 인프라 혁신과 디지털 자산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준서 증권학회장은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토큰증권이나 최근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뿐 아니라 실물연계자산(RWA)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해 관련 시장 경쟁은 굉장히 치열해질 전망”이라면서도 “반면 우리나라는 토큰증권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현재로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 조각투자의 일부만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금융산업의 성장동력을 위해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위한 발행, 유통, 인프라와 관련된 체계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디지털 자산시장의 확장이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 및 소비자 보호 이슈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다 치밀한 법규화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