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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에 CMA 수익률 낮춘 증권사…그래도 예금보다 낫다?


입력 2024.10.18 07:00 수정 2024.10.18 07:00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중소형사부터 대형사까지…0.25%포인트 이상 ‘뚝’

금리 조정에도 자금 ‘집중’…수익성·편리성 등 부각

“예금 대비 우월성 믿은 단행” 잇따른 하향에 비판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4년 5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국내 증권사들이 자산관리계좌(CMA) 수익률을 낮추고 있다. CMA 금리가 일제히 내리자 증권사들이 예금 대비 낫다는 점만 믿은 채 ‘따라가기식’으로 상품 금리를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CMA 수익률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선 KB증권은 전일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수익률을 연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RP형뿐 아니라 머니마켓랩(MMW)형 CMA 수익률도 연 3.37%에서 3.12%로 0.25%포인트 낮췄다.


이외에도 미래에셋·NH·삼성·한국투자·메리츠·하나·대신증권 등이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 거래일(10월 14일)부터 0.25%포인트 내린 MMW형 CMA 수익률을 적용했다. RP 형 CMA 중에서는 현대차증권과 DB금융투자가 각각 0.30%포인트, 0.25%포인트 하향했다.


대표적인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CMA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기업어음(CP)·국공채·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계좌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CMA 수익률 조정에도 CMA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CMA 잔고는 86조35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 전날인 이달 10일(80조3040억원)과 비교하면 7.54% 높은 수준이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74조7814억원)보다 15.48% 오른 것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후에도 유입 자금이 상당한 셈이다.


이같은 배경으로는 국내 증시의 부진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올해 미국·중국 등 글로벌 주요국들의 우상향세가 부각되는 것과 달리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 갇힌 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다.


실제로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지수는 올 들어 지난 16일(현지시간·종가 기준)까지 무려 24.18%(4704.81→5842.47) 상승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1월 2일부터 지난 17일까지 각각 6.99%(2962.28→3169.38), 16.89%(3만3288.29→3만8911.19) 올랐다.


반면 국내 대표지수인 코스피와 코스닥은 올해(1월 2일~10월 17일) 각각 2.27%(2669.81→2609.30), 12.96%(878.93→765.06) 떨어졌다.


국내 증시의 ‘나홀로 약세’에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CMA에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원금 보장 상품으로는 은행의 정기예금이 있으나 정기예금의 금리가 꾸준히 큰 폭으로 낮아지자 CMA의 매력도가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2.13%~3.75% 수준으로 1년 전 정기예금 금리가 3.45%~3.9%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저 금리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의 CMA 수익률도 3.4%~3.6%에서 2.5%~3.3%로 최저 금리가 낮아졌으나 예금 대비 조정 폭이 작다.


ⓒ픽사베이

시장에서는 CMA가 중도해지시 약정된 금리를 받지 못하는 예금과 달리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점,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이 투심을 모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특정 우대조건을 충족해야만 최고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는 예금과 달리 CMA는 계좌만 개설하면 누구나 최고 금리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내 목돈 굴리기에 적합한 상품이 많지 않은 가운데 CMA는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챙겨주면서도 금리가 예금 못지 않게 높다”며 “투자자들이 자금을 보관하는 용도로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했다는 이유만으로 증권사들이 앞다퉈 수익률 조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CMA 수익률이 주기적으로 소폭 인하됐으나 이번 조정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정확하게 맞물린다는 이유에서다. CMA가 예금 대비 장점이 많은 만큼 수익률을 낮춰도 자금 이탈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넘는 자만심이 작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CMA 수익률을 결정할 수밖에 없지만 금리 인하가 이뤄진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제히 수익률을 하향 조정한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별도의 고지 없이 돌연 금리를 내렸다며 문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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