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노인 빈곤율 시장소득 기준 57.1%
OECD 기준으로도 노인 40.4%가 ‘빈곤’
연금 수급액, 최소 생계비 절반 수준
청년·국가 부담 줄이려면 ‘정년 연장’ 필수
정년 연장 논의의 핵심은 결국 돈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인을 부양할 사회적 비용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노후 자금을 충분히 준비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스로 돈을 더 벌어야 삶을 이어갈 수 있다. 이미 대한민국은 그런 사회 문턱을 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2021년 조사한 ‘제9차 중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이 의식주 등 기본적인 생활에 드는 ‘최소 생활비’는 개인 기준 124만3000원이다. 부부 기준으로는 월평균 198만7000원이다.
부부 기준 약 200만원, 개인 기준 124만원의 최소 생활비가 필요한데,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노령연금) 수령자 평균 수급액은 64만원 수준이다. 1인 기준 최소 생활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 절반의 금액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아니면 노인들이 최소한의 생활 수준마저 포기해야 한다.
경제 사정이 더 취약한 경우도 있다. 2021년 기준 연금을 받는 고령층 64%는 월 50만원도 안 된다. 통계청 ‘2016~2021년 연금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90%가 연금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64.4%인 500만여 명은 월평균 50만원 미만을 받고 있다.
노인들의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 세대로 이어진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노령화가 심화하면서 생산활동 인구 노인·유소년 부양 부담도 가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 100명 당 0∼14세 유소년과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을 뜻하는 총부양비는 2022년 40.6명에서 2058년 100명을 넘어선다. 2072년에는 118.5명까지 치솟는다.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 1명이 평균 1.2명의 노인과 아이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재정으로 붙잡는 노인 빈곤, 곧 한계 직면
저출산으로 유소년 부양비는 2022년 16.2명에서 2072년 14.3명으로 하락한다. 반면 노인 부양비는 같은 기간 24.4명에서 104.2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난다.
추세대로라면 2050년부터는 고령인구는 유소년 인구보다 5배 이상 많아진다. 유소년 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수를 나타내는 노령화지수는 2022년 151.0명에서 2050년 504.0명으로 급상승한다.
OECD가 지난해 공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 at a glance 2023)’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노인 인구 소득 빈곤율은 40.4%다. 소득 빈곤율은 평균 소득이 빈곤 기준선인 ‘중위 가구 가처분 소득의 50% 미만’ 인구 비율을 말한다. 한국은 OECD 회원국 평균 14.2%보다 2배 이상 높다.
국내 조사도 비슷하다.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하면 노인 빈곤율은 2012년 45.4%에서 2022년 38.1%로 떨어졌다. 참고로 처분가능소득은 시장소득에 공적 이전소득(정부 지원 등)과 공적 이전지출(세금·보험료 등)을 합산한 개념이다.
하지만 시장소득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2012년 45.4%에서 2022년 57.1%로 높아졌다. 시장소득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소득, 사적 이전소득을 모두 합한 금액에서 사적 이전지출을 뺀 형태다.
시장소득 기준 노인 빈곤율이 오르는 데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 빈곤율이 낮아졌다는 의미는 그만큼 정부 공적 지출이 커졌다는 의미다. 노인 빈곤을 나라에서 떠받치는 비중이 점차 커지는 것이다.
이처럼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생산 연령대는 줄어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년 연장은 노인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을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사회는 이미 ‘노인 노동자’시대…연령별 취업자 60세 이상 최대 [정년 연장④]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