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 지속 전망에 외인 이탈 가속화
美 자국 우선주의 강화에 수출기업 부담 가중
IRA 법안 수정 등 정책 변화에 따른 우려도↑
미국 대선 이후 미 증시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증시는 약세장을 보이며 양국 간 탈동조화(디커플링)가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를 반영한 것으로 향후 한·미 증시 디커플링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9.09포인트(1.94%) 내린 2482.57에 마감했다. 이는 3거래일(8일~12일) 연속 하락세로 지수는 미 대선이 있던 지난 5일 이후 단 하루(7일)를 제외한 5거래일을 우하향하며 마쳤다. 이 기간(5일~12일) 등락률은 -4.11%(2588.97→2482.57)에 달한다.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가 2400선으로 떨어진 건 지난 8월5일(2441.55) 이후 약 100일 만이다. 시총 상위 반도체주의 약세가 두드러지며 지수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흐름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64%(2000원) 내린 5만3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미 대선일 이후 9.71%(5만8700→5만3000원) 급락세를 기록했다.
반도체업종 내에서 주가 차별화를 보이던 SK하이닉스도 최근 두 거래일(11~12일) 연속 하락하며 18만원대로 돌아왔다. 이날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3%(6800원) 내린 18만5800원에 마감했다.
국내 증시에서 영향력이 큰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 행렬도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다. 외국인은 미 대선일 이후 코스피 주식을 5531억원 순매도 했다. 외국인은 특히 삼성전자(1조3353억원)와 삼성SDI(2393억원), 현대차(1839억원) 등을 대거 정리했다.
코스피가 부침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 증시는 뜨거운 활황세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5.98%(4만1794.60→ 4만4293.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5.05%(5712.69→6001.35), 6.18%(1만8179.98→1만9303.57) 급등했다.
11일(현지시간) 마감가 기준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에서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재집권 시 수혜 예상 자산에 투자 자금이 몰리는 현상)’가 부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 증시는 ‘트럼프 랠리’를 타고 순항 중이다.
이같은 한국과 미국 증시 간 디커플링은 트럼프 2.0시대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보다 강화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관세 인상과 세금 감면에 따른 고금리·강달러 환경 지속 전망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 가속화와 반도체를 필두로 한 한국 주요 수출기업의 부담 가중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8.8원 오른 1403.5원에 마감했는데, 증권가는 향후 145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400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22년 11월7일(1401.2원) 이후 약 2년 만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국내 경기는 하방압력에 무게가 실리고 내외금리 차는 역전 기조 장기화가 예상된다”며 “원화 가치는 약세가 불가피해 국내 통화 정책은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트럼프 2기 출범이 다가오면서 한·미 증시 디커플링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국내 증시는 도드-프랭크 법안 등의 금융규제 완화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법안 수정 등 미국 행정부의 기존 정책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공약 현실화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공화당이 상·하원에서도 모두 과반을 확보해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하는 레드 웨이브(Red Wave)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정부 정책 리스크를 반영하는 기간에는 한·미 주식시장 디커플링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개별 산업·기업단에서 기회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