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비 시총 반토막…HLB·리가켐바이오 등 ‘급성장’
IRA 폐지 등 악재…바이오는 금리인하·실적 개선 효과 기대
최근 에코프로비엠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의 약진으로 코스닥 대장주에서 밀린 것에 이어 3위인 HLB와의 시가총액 격차도 줄어드는 등 2위 자리 마저 내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존 시총 상위주에 이름을 다수 올렸던 2차전지 업종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악재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기업은 금리인하, 신약 허가 가능성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19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500원(0.39%) 상승한 12만8000원에 마감하며 시가총액 12조518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코스닥 시총 3위 HLB(9조2365억원)와의 격차가 3조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 코스닥 내 2차전지주들의 시총이 크게 감소하면서 시총 상위권 순위 변동이 계속됐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들어 시총이 15조2080억원(55.6%) 급감했으며 에코프로도 7조8418억원(46.9%)가 증발하기도 했다.
이에 올해 초만 하더라도 27조7266억원을 기록했던 에코프로비엠이 반토막 나면서 시가총액 1위에서 2위로 내려갔으며 에코프로(16조9884억원→9조1466억원)도 기존 2위에서 4위로 내렸갔다.
반면 6위에 머물렀던 알테오젠(4조7748억원→20조479억원)은 지난 8월 사상 첫 시총 1위에 올라선 이후 에코프로비엠과 격차를 벌렸다. HLB(6조8784억원→9조2365억원)도 5위에서 3위, 리카켐바이오(1조7014억원→3조8917억원)도 50위권 밖에서 5위로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국내 주요 2차전지 종목들의 모멘텀이 악화 중인 상황인 데 반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지면서 연말까지 순위 변동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차전지 업종은 올해 내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을 기록한 가운데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의 에너지정책팀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 중이라고 잇따라 보도했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 대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와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에 주는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모두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레드스윕이 현실화하며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정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30년 기준 50% 수준인 미국의 중장기 전기차 침투율 전망치가 하향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총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내년 금리인하 수혜와 더불어 각 사별 호재도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바이오 업종의 경우 금리가 낮을수록 연구개발(R&D)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HLB는 지난 18일 자사의 간암 신약후보물질인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 현장실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제 생산공정·품질관리(CMC) 평가만 남은 가운데 내년 초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아울러 리가켐바이오도 일본 오노약품공업으로부터 단기 마일스톤 기술료 수령 받는 등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시총 6위(3조4472억원)인 휴젤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53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2차전지 업종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미국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세와 한국 배터리 업계의 점유율 기대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관련 모멘텀이 약화 중인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종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면서 시총 역전 사례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