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 가장 좋아해…훨씬 센 이야기, 각오하고 보시길”
전 세계 넷플릭스 구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공개한 ‘오징어 게임’의 시즌2는 공개 11일 만에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 시리즈 2위를 차지하며 기대만큼의 성적을 냈다. 물론 ‘호불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황동혁 감독은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고 담담하게 평가를 받아들이며 시즌3에서 완성될 이야기와 메시지를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2’는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12월 30부터 1월 5일까지 582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2주 연속 시청 시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개 2일 만에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93개국에서 전부 1위를 차지하며 ‘넷플릭스 최초’라는 기록을 쓰기도 했다.
황동혁 감독은 이 같은 성적에 안도하면서도, 국내와 해외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접하며 ‘혹평’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즌1의 평가가 워낙 좋았기에, 시즌2를 향한 반응이 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시즌2다 보니, 각자의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자본주의 문제를 더 깊게 파헤쳤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느 분들은 더 재밌게 만들어줬어야 한다고 말하더라. 시즌1에서 느낀 재미가 각자 달랐기에 시즌2에서 바라는 것도 달랐던 것 같다. 시즌1은 워낙 기대가 없이 시작한 것이지 않나. 그리고 이번 시즌은 아무래도 완결이 되지 않은 이야기다. 기훈의 여정도 그렇고,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도 그렇고.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아서 느낀 실망감도 반영이 된 것 같다. 저도 평가도 읽고, 로튼 토마토에 가서 보고도 했는데 그래도 기대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더 커진 스케일, 화려해진 라인업은 감사했지만, 그렇다고 ‘원칙’을 무시하진 않았다. “합리적인 선 안에서 써야 했다”면서도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도 이 정도 지원은 못 받겠지. 인생에서 몇 번 못 가져 볼 기회를 가져본 것 같다”고 넷플릭스의 든든한 지원을 언급하면서도, 이정재-이병헌을 비롯해 강하늘, 임시완, 이진욱, 양동근 등 캐스팅에 대해선 “연기력이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모든 원칙은 연기력이다. 이미지도 고려하지만, 기본적으론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위주다. 연기력 다음이 외모 적합도 정도이지 않을까. 그 두 가지 외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글로벌 텐츠라 한국에서 아무리 유명한 배우를 뽑아도 해외 시청자들에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병헌 선배에게까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상황인데, 유명도나 이런 걸 전혀 생각진 않았다.”
스케일, 캐스팅은 물론, 서사의 적절한 변화를 위한 고민도 필요했다. 이번 시즌에서는 매 게임마다 투표로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데, 황 감독은 이를 시즌2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큰 변주라고 설명했다.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모습이 재현되는 것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느꼈다.
“투표가 없으면 게임 내내 도망갈 생각만 하지 않을까. 투표로 인해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게 되면 해결이 된다. 또 시즌1이 끝나고 세상을 보니 투표가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장치가 맞는지 의문이 들더라. 미국의 지난 대선들을 보면 전체 지지율과 선거인단들의 결과가 달랐다. 한국에서도 5년에 한 번 하는 투표가 너무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그 한 번의 투표로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까. 취약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을 담고 싶었다. 세상이 갈라져서 싸우는 모습이 너무 많았기에, O, X로 갈라져 싸우는 모습을 담고 싶기도 했다. 요즘 우리나라는 더 그렇다. 숙소 안에서 벌어지는 모습과 (현실이) 너무 비슷해서 안타깝고, 슬픈 생각도 든다.”
물론 무거운 메시지만 있는 작품은 아니다. 전 시즌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딱지치기, 달고나 게임, 줄다리기 등 한국의 전통놀이를 통해 게임이 진행되는 것에 해외 시청자들이 큰 재미를 느꼈다면, 이번 시즌에는 공기놀이와 제기차기, 비석 치기 등 새로운 놀이를 접하는 흥미가 있었다. 어떤 게임이 메시지를 흐리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더할 수 있을지 황 감독도 고민을 거듭했다.
“첫 번째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열었다면 두 번째 게임부터는 달라야 했다. 일단은 팀전을 만들고 싶었다. 그룹을 나누고 싶었고, 이를 위해선 4~5명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 있어야 했다. 또 해외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게임을 소개하고도 싶었다. 그래서 한 게임을 하기엔 단순해서 부족한데 모으면 팀전도 되고 더 많이 담을 수 있겠다 싶어서 공기놀이, 비석치기, 제기차기를 묶었다. 세 번째 게임은 시즌1 때부터 후보에 있었다. 짝짓기는 어릴 때부터 꼭 시키는 놀이였다. 내가 유치원 때 했던 사진도 있더라. 단결력과 친화력을 높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 포함과 배제를 동시에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회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겠더라.”
마지막 시즌인 시즌3에서는 더 강렬한 이야기가 있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각오를 하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즌2에서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로 호불호를 야기했던 ‘오징어 게임’이 마지막 시즌을 긍정적으로 장식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아직 (작업은) 남았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포인트는 모든 의문이 풀린다는 것이다. 결론이 지어지고, 내가 드리고 싶었던 메시지도 다 담겼다. 저는 시즌3를 가장 좋아한다. 훨씬 센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