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30여 명 집결…지도부는 강명구 제외 불참
체포 임박에 與 의원 일부, 관저서 尹 만나
체포 응한 尹에 관저 앞 국민의힘 의원들 탄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역사에 오점 남겨"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공조본)에 끝내 체포됐다. 장장 6시간의 대치 끝에 체포된 윤 대통령의 모습에 관저 앞에 집결한 여당 의원 30여 명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황망함을 금치 못했다.
공수처와 경찰은 15일 오전 4시 28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도착했다. 관저 바로 앞에는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이 4시 30분부터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후 5시 30분부터 김기현·이상휘·이종욱 등 의원들이 관저 앞에 인간 띠를 만들어 앞을 지키기 시작했다.
관저 앞에는 강명구·강승규·권영진·구자근·김기현·김민전·김석기·김선교·김승수·김위상·김장겸·김정재·나경원·박대출·박상웅·박성민·박수영·박충권·성일종·송언석·유상범·윤상현·이만희·이상휘·이인선·이종욱·이철규·장동혁·정동만·정점식·정희용·조배숙·조지연 의원 등 30여 명(오전 8시 기준)이 자리를 지킨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의원들은 무겁게 처신해야 한다는 여론을 고려한 듯 강명구 의원을 제외하곤 참석하지 않았다.
김기현 의원은 윤 대통령 체포 전 기자회견에서 "공수처와 국수본이 불법적인 체포영장 집행을 강행하면서 유혈사태를 우려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며 "공수처와 국수본은 법과 원칙에 입각해 공권력을 적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대통령은 지금 직무만 정지돼 있다. 대통령에게 물리력을 무리하게 불법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법을 지키고 헌법이 보장될 수 있는 그런 대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1시간 30분 뒤 공조본이 1차 저지선을 차례로 뚫기 시작하자 여당 의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몇몇 의원들은 관저 입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비규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 등이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도 나오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박충권 의원은 채널A 라디오에 출연해 "권영진 의원께서 공수처 진입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도적인 폭행인지 불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옷도 찢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2~3차 저지선까지 뚫리기 시작하자 윤 대통령이 곧 관저 밖으로 나올 예정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고, 일부 의원들이 관저 안으로 들어섰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윤상현·권영진·이상휘·박충권 의원 등은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관저를 다녀온 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경호처도 우리 청년들이 충돌해서 유혈사태가 나는 것이 걱정되니 내가 나가겠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윤 대통령이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철문이 개방되면서 8시 25분쯤 영장 집행 수사팀 차량이 관저에 진입할 수 있었다. 경찰은 김 차장과 마주하고 사전에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제시했다. 철문은 열렸지만 윤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았다. 공수처와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 시간 넘는 협상 끝에 오전 10시 10분쯤 석동현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이 공수처로 출석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윤 대통령은 10시 33분 체포영장 집행에 응했다. 윤 대통령은 차를 타고 관저 밖으로 나와 경기도 과천 공수처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 53분쯤 공수처에 도착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직후 윤 대통령은 관저 내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약 2분 30초가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수사이긴 하지만 공수처 수사에 응하기로 했다"며 "불법적이고 무효인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약 6시간 만의 헌정사상 첫 대통령 체포에 관저 앞을 지킨 국민의힘 의원들은 격앙된 얼굴로 기자들 앞에 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 체포 직후 관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법 영장의 불법체포, 거기에 대해서 군사 보호시설에 임의로 침범하는 매우 나쁜 선례를 반복해서 남겼다"며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과 그 (이재명) 당대표를 아버지로 모시는 추종 세력들에 의해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민주 절차가 짓밟혀진 날"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부화뇌동해서 권력을 탐하는 일부 공직자들이 가세해 저지른 이 폭거를 국민의힘 의원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법적 책임,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과 역사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땅에 더 이상 이런 의회 다수 정당에 의한 입법 테러가 반복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대한민국의 법치가 무너졌다. 대한민국 헌법이 파괴된 날"이라며 "참담하다. 국격이 떨어지고 말았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