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업체를 통해 위임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중복 위임장 발생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23일 위임장 확인 절차로 지연되고 있다.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오전 9시 시작 예정이었던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오후 12시 넘어서까지 시작되지 않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지연된 사유에 대해 “중복된 위임장을 일일이 주주들에게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탁 업체를 통해 위임장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중복 위임장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통상적인 주총은 빠르게 진행되지만, 업계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 주총은 입장에만 2~3시간 걸린다고 한다.
이번 주총에는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참석했다. 다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참석하지 않고 대신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 임시 주총을 진행한다.
현장에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측 관계자들,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은 주총장 입구 앞에서 ‘소수주주 무시하는 MBK·영풍을 규탄한다. 집중투표제 도입해야’, ‘MBK, 말로만 기업구조 개선. MBK의 끊임 없는 거짓말’, ‘돈만 생각하는 투기자본 MBK. 무능한 경영진 적자기업 영풍’ 등 문구가 써진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한편, 최윤범 회장 측이 영풍의 의결권 무력화를 시도하면서 이날 표 대결이 진행될지 주목된다. 최 회장은 전날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최 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10.3%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구조가 되면서 영풍이 들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고려아연은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약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MBK·영풍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기존 46.7%에서 18%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에 영풍·MBK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SMC는 외국기업이며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적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