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30)이 1월의 끝을 붙잡고 FA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ESPN 등은 30일(한국시각) "김하성이 2년 동안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활약하게 됐다. 계약 첫해인 올해는 1300만 달러를, 2026년에는 16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다“라고 소개했다. 시즌 후 다시 FA를 선언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2900만 달러는 탬파베이 구단의 FA 계약 역사상 5번째로 큰 규모다. 뉴욕 양키스·보스턴 레드삭스 등과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탬파베이는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인데 김하성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9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만큼의 저력이 있는 탬파베이는 지난 시즌 지구 4위에 그쳐 올 시즌 재도약을 노리고 있는 팀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김하성의 행보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김하성은 2023년 한국인 빅리거 최초로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수상했다. 뛰어난 수비 능력에 일정 수준의 타격까지 갖춘 김하성은 2024시즌이 끝난 뒤 ‘FA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시즌 막판 오른쪽 어깨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8월 MLB 콜로라도전 도중 상대 투수 견제 때 1루로 돌아오며 슬라이딩하는 과정에서 어깨를 다친 김하성은 2021년 MLB 데뷔 이후 처음으로 부상자명단(IL)에 올랐다. 이후 재활에 나섰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완벽한 송구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김하성은 2023시즌을 타율 0.233, 11홈런, 22도루, 47타점으로 마쳤다. 재활 등의 이유로 5월 이전까지 경기에 나설 수 없는 김하성에게 장기 계약을 제시하는 팀은 없었는데 예상 밖으로 탬파베이가 손을 내밀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김하성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FA 미아' 위기를 넘긴 것은 물론이고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아도 FA 자격을 다시 취득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까지 챙겼다. 2025시즌이 끝난 후 다시 FA 시장에 나설 수 있는 옵션이다. 향후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노릴 수 있다.
김하성이 올해 받는 1300만 달러는 현재 탬파베이 선수 중 최고 연봉에 해당한다. 탬파베이로서는 김하성을 최대한 많이 활용해야 한다. 김하성은 사실상 꾸준한 출전 기회를 보장받은 셈이다. 김하성이 부상 이전의 수비와 공격 능력을 보여준다면 다시 한 번 FA 잭팟(장기계약)에 도전할 수 있다.
1월이 끝나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김하성에게는 꽤 괜찮은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