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아프리카 모로코와 소말리아 북부 등지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와 인접한 중동 국가들이 이주민 수용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아프리카 모로코와 소말리아 북부 푼틀란드·소말릴란드 등지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들의 이주지로 이들 세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론된 이들 지역은 영토분쟁 중이거나 국제사회의 인정 및 지원이 필요한 신생 독립국가들이다.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는 자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서사하라 지역의 독립을 주장하는 사하라 아랍민주공화국(SADR)과 분쟁 중이다. 푼틀란드와 소말릴란드는 각각 1998년과 1991년 소말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아직 국제사회로부터 ‘국가’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주 후보지로 이들 지역이 거론되는 것은 이들이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가자자구 주민들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콥 모하메드 압달라 푼틀란드 정보부 부장관은 텔레그래프에 ‘자발적인 이주’라면 가자지구 주민들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이 같은 구상이 얼마나 진전된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가자지구 주민의 이주 목적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이르다”고 말했다.
특히 230만명에 이르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전부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이 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인종 청소에 해당하는 심각한 전쟁범죄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강제이주 대상자로 지목된 가자지구 주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강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의 구상이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기보다는 종전 이후 가자지구 재건에 있어 아랍국들에게 재건 비용을 받아내기 위한 일종의 협상술이란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 후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소유하겠다"고 언급해 국제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 외 지역으로 이주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