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5곳 지난해 순익 2조83억…전년比 7.8%↑
삼성카드, 10년 만에 신한카드 제치고 업계 1위 등극
연체율 1.43%로 상승…"경기침체에 상환 능력 감소"
국내 카드사들이 지난해 비용 효율화 효과로 전년 대비 호실적을 거뒀다. 다만 연체율은 상승하며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출영업을 확대한 결과 카드사들의 순익은 늘었지만 경기침체로 취약차주가 늘어난 만큼 대손충당금 적립 등 당분간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삼성·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국내 카드사 5곳의 지난해 순익은 2조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1452억원) 증가했다.
회사별로는 삼성카드가 6646억원을 기록하며 카드사 중 순익이 가장 많았다. 삼성카드는 신한카드를 제치고 10년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영업수익 증가와 대손비용 감소의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며 "자산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변화와 쇄신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뒤를 이어 국민카드는 14.7% 증가한 4027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29.7% 늘어난 2217억원을, 우리카드는 32.6% 증가한 1472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한카드는 희망퇴직 등 비용 인식 영향으로 같은 기간 대비 7.8% 줄어든 5721억원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순익이 늘어난 반면 연체율은 일제히 전년 대비 악화됐다. 카드사 5곳의 단순 평균 연체율은 1.43%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0.12%포인트(p) 상승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하나카드가 0.20%p 상승한 1.87%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신한카드가 0.06%p 오른 1.51%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국민카드는 0.28%p 증가한 1.31%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카드와 우리카드는 같은 기간 대비 하락했다. 삼성카드는 0.20%p 떨어진 1.00%를 기록하는 등 카드사 중 가장 낮았다. 우리카드는 0.22%p 하락한 1.22%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상승한 이유는 경기침체로 취약차주들의 현금 여력이 줄고, 카드 할부 값이나 대출 상품의 이자를 내지 못하는 등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표적 불황형 대출로 불리고 있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은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집계를 보면 삼성·신한·현대·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 등 국내 카드사 9곳의 지난해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387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8조7613억원) 대비 9.4%(3조6260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취약차주의 경우 대출을 갚을 수 있는 현금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카드론 같은 불황형 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과 동시에 연체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올해는 카드론 잔액 취급을 늘리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주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