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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연기금 운용하는 증권사…'62조 시장' 꿈틀댄다


입력 2025.02.18 05:08 수정 2025.02.18 05:08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62조 시장’에 증권사들 참여 허용...24년 만에 판도 변화

OCIO 역량 승부 가른다…증권사들 시장 진입 채비

독점 구조 흔들릴까...운용사들 대형사와 경쟁 불가피

ⓒ픽사베이

연기금 투자풀 시장이 대형 자산운용사의 독점 체제를 벗어나 증권사까지 참여하는 경쟁 구도로 재편되면서 업계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증권사의 연기금 투자풀 주관 운용사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24년 만에 시장 구조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의 전유물이던 연기금 투자풀 시장에 증권사들이 가세하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2일 ‘연기금투자풀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9월부터 증권사도 주관 운용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연기금 투자풀은 연기금과 공공기관의 여유자금을 민간 주관 운용사가 통합 운용하는 제도로 지난 2001년 국내 최초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모델로 도입됐다. 지난해 기준 61개 기금과 54개 공공기관이 총 62조1000억원을 예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산운용사만 주관 운용사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운용사 간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지난 2013년 복수 주관 운용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삼성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3사가 24년간 시장을 과점해왔다. 2021년 이후로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관 운용사를 양분하면서 공고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시장에선 자산운용사 중심의 제한된 경쟁 구조로 인해 주관 운용사의 성과 개선 유인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정부는 제도 개편을 통해 증권사에도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단, 운용 능력을 갖춘 증권사만 참여할 수 있도록 사모집합투자업(PEF) 면허를 보유한 회사로 자격을 제한했다.


현재 사모집합투자업 면허를 보유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신영증권·교보증권·IBK투자증권·케이프투자증권·DS투자증권·리딩투자증권·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9곳이다. 이 중 대형사는 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 두 곳뿐이지만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이 조만간 사모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주관 운용사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뉴시스

정부는 상반기 연구용역을 통해 평가 기준을 마련한 후 업계 구분 없이 입찰 업체 중 상위 2개 회사를 주관 운용사로 선정할 계획이다. 연기금투자풀 운용 보수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62조원 규모의 자금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시장 내 입지 강화와 대외적 신뢰도 제고에 중요한 기회로 평가된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자산운용사가 증권사보다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경험이 많고 장기간 운용 실적(트랙 레코드)을 쌓아왔다는 이유로 주관 운용사 자격을 자산운용사에만 한정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OCIO 사업을 확대하며 역량을 키워온 만큼 정부도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반영해 이들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OCIO 전담 인력 보유 여부와 내부 운용 프로세스의 체계성,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 수준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NH투자증권은 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는 없지만 OCIO 전담 부서를 운영하며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개편에 맞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KB증권 역시 OCIO 본부를 중심으로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OCIO 시장은 공적기금을 중심으로 성장해 다양한 유형의 위탁자산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증권업 등에서 가장 기대가 큰 세부 시장은 퇴직연금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기존 주관 운용사들은 증권사의 참여 확대가 기존 과점 구조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소수 대형 운용사가 과점해온 시장에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경쟁 구도가 급변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OCIO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키울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안정된 조직과 인력을 갖췄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며 “기존 운용사들도 투자풀 수익률을 높이고 차별화된 운용 전략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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