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용산 토허제 확대 지정…오락가락 정책에 신뢰 하락
6개월 단기 규제 적용으로 역부족…가격 하락 유도 효과 희박
더욱 깐깐해진 대출 관리 강화…전·월세 가격 상승 압박 요인
지난달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서울 집 값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부랴부랴 토허제 확대 지정과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 대응책을 내놓았다.
한 달 여 만에 토허제 해제와 확대 지정이 이뤄지는 정반대 양상으로 정책의 신뢰도가 하락한 가운데 그나마 내놓은 정책들도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9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오락가락한 정책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집 값 급등으로 난처해진 매수 실수요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이 날 브리핑을 통해 최근 서울 집값 과열 양상의 근원지로 꼽히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3구와 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2200개 단지·40만 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한다고 밝혔다.
기간은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으로 24일 체결된 아파트 신규 매매계약건부터 적용된다.
과열 조기 진화 의지 강하지만…실효성은 의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 아파트 거래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해야 하며 해당 기간 동안 매매·임대가 금지된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원천 금지된다.
서울시는 6개월 뒤 상황을 살펴보고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정 기간 동안 거래량, 가격 동향, 투기적 거래 여부를 점검해 필요시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달 잠삼대청의 토허제 해제 이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과열 양상 조짐이 나타난 데 따른 조치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상승 폭이 확대되다가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자 부랴부랴 다시 강화한 것인데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바뀐 데 대한 비판은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시장이 단기적으로 진정될 것이라면서도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체적인 지역구의 평균 거래량이나 가격은 소폭 하락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과열된다고 하는 곳들은 한강 변의 신축이나 재건축 위주로 가격이 급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규제를 적용하면 이미 얼마 정도에 거래가 이뤄질지 확인된 상황에서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며 “오히려 풍선효과 부작용과 함께 전월세 가격이 올라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토허제 확대 지정으로 당분간 갭 투자 수요나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 상실 우려)’ 수요가 줄고 거래도 주춤할 전망”이라면서도 “오는 23일까지 거래계약서 작성을 마쳐야 전세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거래 규제를 받지 않으므로 거래 취소나 거래 시점을 앞당기는 등 시장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한시적인 토허제 기간뿐만 아니라 서울 분양시장의 낮은 공급 진도율, 내년 서울 준공물량 감소, 봄 이사 철 전·월세(임대차)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의도대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매가 하향 조정이 이뤄지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오히려 토허제를 적용받지 않는 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함 랩장은 “서울 주택 구매 수요가 토허제 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한강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등포(여의도)·마포·광진·강동·동작·서대문구 일대 등으로 갭 투자 주택 구매가 우회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거래 억제책만으로는 한계…대출 규제, 임대차 비용 증가 가능성
냉온탕을 오가는 정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주택 시장을 거래 억제책만으로 관리하려는 것은 한계가 분명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관되고 예측가능한 것이 좋은 정책인데 지금처럼 단기감에 번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9월에 토허제가 재지정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영원히 거래를 억제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 복합적일 수 밖에 없는 서울 집값 상승의 요인을 토허제에서만 찾으려는 접근 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토허제 영향을 직접 받는 곳과 인접지를 중심으로 가격 변동이 생길 것”이라면서도 “다만 서울 집 값은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토허제 때문에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랐다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출 규제로 전·월세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검토, 수도권은 지역별로 가계대출 모니터링·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당초 7월로 예정됐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 하향(100→90%)도 두 달을 앞당겨 5월에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함영진 랩장은 “금융권에서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받을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게 되면 매입 수요에 이동하려던 실수요자들이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임대료 상승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올해 입주량이 전년 대비 4만 가구 가량 감소하면 수도권의 임대차 시장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전·월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