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서 '태양절' 용어 사라져…명칭 바뀌나
선대 의존보다 '홀로서기' 시도하는 과정 분석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을 기념하는 대규모 예술축제가 열리는 소식을 알리며 경축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지칭하는 '태양절'이라는 용어를 최근 사용했다가 이번에는 쓰이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김일성 생일 맞아 축제 시동…'태양절' 용어는 없어
25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다음 달 10일부터 17일까지 인민문화궁전과 평양대극장, 청년중앙회관 등 평양 소재 극장 및 회관에서 김일성 주석 탄생 113주년을 맞아 '제9차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이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일성 동지의 고귀한 혁명 생애와 업적을 만대에 길이 빛내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령도 따라 부흥강국의 눈부신 내일을 반드시 안아올 온 나라 인민의 드팀없는 의지와 고결한 충정,숭고한 도덕의리의 세계가 펼치는 위인칭송의 대정치예술축전"이라고 소개했다.
축전은 각지 기관·기업소·공장·농장 등의 예술소조원들이 참가하며 시·군예술소조부류, 기관예술소조부류, 공장·기업소예술소조부류, 농장예술소조부류 등의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북한에서 태양은 김일성을 상징하며, 그의 생일을 '태양절'로 불렸다. 특히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생일을 최대 명절로 꼽아 요리축제나 예술축제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부터 '태양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이번 보도에도 '태양절'이 쓰이지 않아 이전에 비해 사용 빈도가 크게 줄었다.
올해도 태양절 사라질까…홀로서기 시도
이같은 용어 사용 동향을 봤을 때 북한이 과거 김일성 생일에 '4월 명절'이란 표현과 함께 쓰던 '태양절'이란 명칭을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일성을 상징하는 '태양절'과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은 북한에서 최대 명절로 꼽힌다.
두 기념일 전후로 개최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는 선대의 업적을 기리며 우상화에 앞장선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혈통' 이미지를 내세우며 정권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도 북한 매체에서 최근 '태양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또 안 쓰이는 것은 선대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를 경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 완공을 앞둔 평양의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주택 건설 현장을 찾아 사업 추진을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은 김 위원장이 3단계 1만 세대 준공식을 '태양절'을 앞두고 성대하게 개최하기 위한 과업도 공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보도에선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종종 자신의 통치 방식과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면 과거 최고지도자가 추진한 정책도 과감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집권 11년 차인 그가 더는 선대의 후광에 기대지 않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 과도하게 선대를 의존하기보다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며 "작년부터 태양절·광명성절 사용을 극히 줄였고 올해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고 조금씩 사용하면서 대부분을 2월·4월 명절로 바꾸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수용성을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태양절' 용어가 북한 매체에서 완전히 사라졌는지는 김일성 생일 당일에 나올 보도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일각에선 다음 달까지의 북한 매체 보도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