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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충교역' 문제삼은 美…'K-방산' 견제 의도 카드 꺼냈나


입력 2025.04.02 01:00 수정 2025.04.02 01:00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USTR "韓, 외국방위 기술보다 국내 제품 우선"

첫 언급 배경 주목…한국 군수 협상용카드 추정

방사청 "美입장 추가 분석 필요, 국무부와 논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이 외국의 대규모 무기 수입 시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절충교역'에 대해 무역 장벽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과 진행 중인 상호군수조달협정(RDP) 협상에서 절충교역을 유리하게 끌고 감으로써 기술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1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국방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방위 기술보다 국내 기술 및 제품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사실상 시정을 요구했다.


이어 "계약 가치가 1000만 달러(약 147억원)를 초과할 경우 외국 계약자에게 절충교역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USTR이 한국 정부의 국방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조용진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선 자국 내 우선 공급 정책과 함께 기술 이전, 산업 협력 등의 절충교역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며 "한미는 국방 획득 분야의 제도적 장벽 완화를 위해 상호 국방 조달협정 체결을 협의하는 등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충교역은 외국의 무기와 장비 등을 살 때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관련 지식과 기술을 이전받거나 상대방에게 자국산 무기·장비·부품 등을 수출하는 식으로 일정한 반대급부를 제공받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교역이다. 한국은 미화 1000만 달러(약 147억원) 이상의 사업에 적용하는 게 원칙이다.


USTR이 제기한 내용에는 구체적인 사례는 없지만, 미국 방산업체가 한국에 무기를 판매할 때 절충교역 지침으로 인해 기술이전 등을 요구받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NTE 보고서에 한국의 절충교역 관련 언급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표지 ⓒUSTR

한국은 1982년 절충교역 제도를 도입했다. 군에 따르면 이를 통해 KF-16을 도입하면서 확보했던 기술을 바탕으로 T-50 고등훈련기를 공동 개발하고 재래식 잠수함 자체 개발 능력 확보, 항공기 동체 부품 등도 미국으로 수출한 바 있다. K-방산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F-35A 및 F-15K 성능개량 △항공통제기 2차 사업 △이동형 장거리 레이더 △공중급유기 2차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절충교역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미국 무기 도입 과정에서 이행되고 있는 절충교역 사업 규모는 57억7900만 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다.


현행 지침을 기준으로 외국 무기를 구매할 때 계약 금액 대비 수의계약은 30%, 경쟁계약은 50%를 절충교역으로 적용하게 돼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절충교역은 세계적으로 볼 때 높은 비율이 아니라는 것이 방산 당국·업계 등의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표를 앞두고 절충교역이 언급된 이유에 대해선 방위청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조 대변인은 "절충교역에 대해선 미국에서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번 미국의 입장에 대해선 미 국무부, 상무부, 국방부와 논의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미국이 절충교역을 꺼낸 것은 추후 한국과 군수 관련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미리 마련한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미국은 국방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 불리는 상호군수조달협정 체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2022년 양국 정상 간 합의해 현재 진행 중이다.


상호군수조달협정은 체결국 상호 간 조달 제품 수출 시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자는 취지의 협정이다. 미국이 자국 방산업계 보호를 위해 적용하는 미국산 우선 획득 제도(BAA)가 상호군수조달협정 체결국에는 예외가 돼, 한국 무기가 미국산으로 인정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난다.


미국이 최근 함정 조달과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 한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RDP 적용이 필요한 것은 현재로서는 미국이며, RDP 협상을 조금 더 유리한 형국으로 끌어가고자 절충교역을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절충교역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청은 "대부분 국가는 국방획득 과정에서 절충교역 또는 산업 협력을 요구한다"며 "한국과 미국 정부는 국방획득 장벽 완화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RDP 체결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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