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조원 필수 추경 제안했지만
여야, 추경 금액·방식 합의점 못찾아
대내외 한국 경제 성장률 1%대 하향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공식화한 가운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불 피해 지원을 최우선으로 한 재난·재해 대응 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여야가 추경을 두고 설전을 벌이면서 추경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고, 대내외적 한국 경제 성장률마저 1%대로 하향 조정되고 있어 빨간불이 켜졌다.
10조원 추경 물꼬···정부 “여야 동의” 강조
잠잠하던 추경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물꼬를 트면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하고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을 공식화했다. 이번 추경은 재난·재해 대응,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에 중점을 뒀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에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 포함한 필수 추경”이라며 “여야가 필수 추경의 취지에 동의해 주신다면 정부도 조속히 관계부처 협의 등을 진행해 추경안을 편성,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총 10조원의 필수 추경 예산이 3대 분야에 어떻게 분배될지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으나 경남·경북을 할퀴고 간 산불 피해 복구 등 재난·재해 대응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강영규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백브리핑을 통해 “4월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시점에서 산불 피해 상황이 심각했다”며 “이번 추경은 경기 진작용이 아니다. 어려움에 처한 산불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것과 현재 임박해 있는 것들을 위한 추경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야 이견 여전···추경 ‘단계적으로’ vs ‘과감하게’
그간 추경은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추경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여야 간 추경 규모를 두고 이견을 보인 탓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벚꽃 추경’도 어렵다는 의견과 동시에 빨라야 6~7월에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정부가 10조원 필수 추경을 꺼내며 재점화됐지만 여야는 여전히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여당은 정부 기조와 동일한 10조원을, 야당은 35조원을 각각 추경 예산으로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1일 추경과 관련해 시급한 항목을 우선 처리한 후 여야가 원하는 예산을 검토하는 ‘단계적 추경’을 제시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0조원 규모의 추경안이 부족하다며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단계적 추경은 산불 등 재난·재해, 통상 대응, AI 등에 우선적으로 추경을 해야 한다는 정부 기조와 비슷하다.
전문가는 산불 피해 상황을 고려해 신속하게 추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산불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고자 1차 추경을 하는 거”이라며 “우선 산불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정도만이라도 추경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성장 빨간불···전문가, 1%대 전망
추경을 둔 여야 공방으로 결국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직전 전망치(2.2%)보다 0.7%p 내린 1.5%로 전망했다.
예정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 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관세정책으로 세계 교역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순수출 성장세 역시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9%에서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은 1.5%로 제시했다. 또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6%로 내다봤다.